[단독] “靑, 경제민주화 단어 폐기 공정위에 지시했다”

입력 2016-11-16 17:58 수정 2016-11-16 21:25

공정거래위원회 전 고위 관계자는 “2014년 청와대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조차 못 쓰게 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12월 있었던 CJ그룹 계열사의 불공정행위 사건 제재 과정에서 청와대가 CJ E&M을 검찰 고발조치토록 공정위 전원위원회(1심 재판부 격)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모두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명(2014년 6월)과 공정거래위원장 경질 전후에 일어난 일이다.

공정위 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민일보와 만나 “경제민주화 주무 부처인데 2014년 중반쯤부터 (청와대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조차 말하지 못하게 했다”며 “외부에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고 말했다. 이 해 11월 1년 이상 임기가 남은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경질됐다. 이어 2개월 뒤에 있은 공정위의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경제민주화는 아예 사라졌다. 공정위는 2014년 신년 업무보고 때엔 ‘경제민주화 체감’에 무게를 실었었다. 1년 만에 경제민주화 구호가 슬그머니 사라진 것이다.

이 즈음 공정위원장의 발언도 바뀌었다. 노 전 위원장은 경제 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우리 경제의 두 날개로 지칭하면서 어느 쪽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었다. 반면 후임인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경제민주화라는 고깔을 씌우지 않아도 경제민주화는 진행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여기에다 노 전 위원장 경질 전후로 진행된 CJ CGV와 CJ E&M에 대한 공정위 전원위원회 심결(재판)에서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당시 전원위원회 관계자는 16일 “이 사건을 조사한 시장감시국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 초안에는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 요청이 없었는데 최종 심사보고서에는 CJ E&M이 포함됐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쪽에서 고발을 강력히 요청해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통상 사건 조사에서 민정수석실과 업무협의 명목으로 의견을 주고받지만 심결 과정에까지 외압을 행사한 것은 ‘비선실세’ 개입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