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굉장하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소년의 플루트 연주를 지켜보던 한 회사원이 동료에게 속삭였다. 최원석(16·강원예고1) 군이 연주한 곡은 프랑스 작곡가 자크 이베르의 플루트 콘체르토 1악장. 불규칙한 패턴에 쉴새 없이 빠른 전개 때문에 매우 난해한 곡으로 통한다. 최군은 16일 낮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1가 GS강서N타워 1층에서 열린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서 연주를 했다.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는 기아대책이 후원하는 40개 지역아동센터 아동들로 구성돼 있다. 기아대책은 2005년부터 GS홈쇼핑의 후원을 받아 무지개상자 사업을 진행해왔다. 저소득 가정 자녀의 문화 생활을 지원하고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악기와 레슨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9500여명이 후원을 받았다.
연주회 직후 최군과 대화를 나눴다. 연주가 어땠느냐는 물음에 수줍은 표정으로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최군은 부모의 불화로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매일 술을 드시니까 제가 여덟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어요. 할머니가 저를 키우셨어요.”
강원도 횡성군 기아대책 지역아동센터 행복한홈스쿨을 다니던 최군은 센터장의 권유로 초등학교 5학년때인 2010년 플루트를 처음 불게 됐다. 이후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단에도 입단했다.
“연주를 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같았어요.” 내성적이던 최군은 플루트를 배우면서 밝은 성격으로 변했다.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고 나면 뿌듯해요.”
최군은 2014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강원도교육지원청이 주관하는 종합실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올해 강원예고에 입학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추수감사주일인 20일 횡성감리교회(양명환 목사)에서 연주할 ‘하나님의 은혜’를 연습해야 한다.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앞으로 멋진 플루트 연주자가 돼 저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의 꿈이다.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저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시면 좋겠어요.”
글=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아이들에 희망주는 멋진 연주자가 꿈”…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 플루티스트 최원석
입력 2016-11-16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