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派 낙마는 사위의 복수? 파벌투쟁에 삐걱이는 트럼프 인수위

입력 2016-11-16 18: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권력 싸움에 이어 극우 인사 임명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대대적 ‘숙청작업’도 벌어지고 있다. 향후 정권인수 절차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국가안보팀을 이끌었던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과 로비스트 출신으로 외교국방 분야 2인자였던 매튜 프리드먼이 인수위에서 하차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정권 인수위원장에서 부위원장으로 강등된 지 나흘 만이다. 이들은 크리스티 주지사의 최측근이다.

두 사람의 낙마는 사실상 ‘크리스티파’의 축출로 분석된다. 실제로 로저스 전 의원 측근은 NBC방송에 트럼프 당선인과 인수위가 ‘스탈린식 숙청’에 나섰다고 폭로했다. 옛 소련 독재자인 이오시프 스탈린이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걸림돌을 대대적으로 걸러낸 사건을 빗댄 것이다.

인수위 결성 과정의 잡음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장과 수석전략가로 임명된 극우주의자 스티브 배넌에서 비롯됐다. 두 사람이 경쟁하는 상황에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입김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크리스티파의 낙마는 쿠슈너의 보복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2004년 연방검사였던 크리스티가 쿠슈너의 아버지를 탈세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다. 쿠슈너는 인수위 집행위원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권한은 더 클 것이 분명하다.

크리스티가 법무장관 등 요직으로 내각에 기용될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그럼에도 인수위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고문을 지낸 엘리엇 코언은 이날 트위터에 “트럼프 인수위와 얘기해본 결과 내 권고 내용을 바꾸기로 했다”며 “가까이 하지마라. 이들은 화가 나 있고 오만하며, (나에게) ‘당신이 졌어!’라고 소리쳤다. 앞으로 지저분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수위가 삐걱대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트럼프는 트위터에 “내각을 비롯해 여러 관직을 결정하는 과정은 굉장히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누가 최종적으로 발탁될지 아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공화당 하원의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추대됐다. 내년 1월 하원 전체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셈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