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M&A 전략으로 미래 먹거리 선점 가속도

입력 2016-11-17 00:00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기술 내재화를 강조하던 과거와 상반된 분위기다. ‘패스트 팔로워’ 이미지를 탈피하고 M&A를 통해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 전략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글로벌 대표 IT 기업인 삼성전자가 영역을 넘나들며 기업을 사들이자 국내외 업계는 긴장하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메시지 서비스의 일종인 RCS(리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술을 보유한 뉴넷 캐나다를 인수한다고 16일 밝혔다. 인수 대금은 수백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RCS는 스마트폰에서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대화, 사진 및 동영상 전송, 그룹 채팅 등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라인 등 IT 기업들이 모바일 메신저로 SMS 시장을 잠식하자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서 반격을 위해 만든 메시지 규격이다.

뉴넷 캐나다는 RCS와 관련한 다양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글로벌 이통사들이 손잡고 카카오톡, 라인 대항마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한 해 3억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글로벌 이통사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한다면 RCS가 시장에 비교적 쉽게 안착할 수도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자동차 등이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되면 기기를 넘나들며 메시지를 주고받게 된다. 때문에 기기에 기본 탑재되는 RCS의 활용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인수한 기업들은 모두 미래 신사업 개척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만 인수로 자동차 전장사업 본격화에 나섰고, 비브랩스를 통해 인공지능(AI)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데이코 인수는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에 초점을 두고 있고, 조이언트는 클라우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사들였다. 현재 잘하고 있는 스마트폰, 반도체 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식의 움직임이다.

로이터 통신은 하만 인수에 대해 “유니콘이 아니라 종마를 택했다”고 평가했다. 막연한 환상이 있는 곳에 투자하지 않고 실제로 실현 가능한 먹거리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2014년 인수한 스마트싱스와 지난해 인수한 루프페이는 각각 IoT와 핀테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잇단 M&A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 하나씩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커넥티드카, AI, 클라우드 등은 다가올 미래를 전망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삼성전자가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과거처럼 선진국을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미래를 선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