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그림자 어른… 서비스업 발전전략도 ‘스톱’
입력 2016-11-17 04:01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 혼란이 길어지면서 정부 경제정책이 잇따라 동력을 잃고 멈춰 섰다. 강력하게 추진하던 ‘서비스경제 발전전략’도 발목을 잡혔다. 일부 핵심과제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아예 백지화될 가능성마저 있다.
어른거리는 ‘최순실의 그림자’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비스경제 발전전략 추진 성과를 점검했다. 지난 7월 발표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은 2020년까지 국내 서비스산업의 고용과 부가가치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근접한 수준으로 높인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서비스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7대 유망 서비스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 25만개를 추가로 만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은 미흡하다. 일부 과제는 최종 성과물 도출을 위해 관련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나 입법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원격의료 및 공유숙박업 도입, 인터넷은행 지분규제 완화를 입법 지연 사례로 지목했다.
그러나 속도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서비스경제 발전전략 과제의 상당수엔 이미 ‘최순실법’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폭 수정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표적 사례가 창조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원격의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수차례에 걸쳐 원격의료 추진을 거론했다. 하지만 최씨가 의료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정 병원들이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유숙박업의 경우 최씨와 직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정황은 없다. 다만 공유숙박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인 ‘규제프리존’이 걸림돌이다. ‘규제프리존특별법’ 자체가 최씨와 관련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국회 통과는 불가능에 가깝다.
산악지역 규제를 일괄적으로 완화해 산악관광을 활성화하는 사업도 ‘덫’에 걸렸다. 강원도 평창에 목장용지를 보유한 최씨 일가는 승마 등 산악관광 개발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도 최씨와 연루됐다는 뒷말이 나온다.
국민 편의는 일부 개선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의 큰 틀은 흔들리고 있지만 국민 편의 측면에서 일부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 이달부터 소비자가 안경점에서 구매한 안경과 렌즈의 택배 배송이 허용됐다.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을 연결하는 심야 노선버스는 지난 7월부터 16대에서 24대로 늘었다.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케이무크·K-MOOC)의 올해 개설 강좌 수는 27개에서 140개로 확대됐다. 계좌이동 서비스는 10월 말 기준 869만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고, 크라우드펀딩도 활발해져 지난 4일 기준 93개 업체가 15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정부는 정국 상황과 무관하게 계획된 일정에 따라 후속조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비스산업 발전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한 핵심과제”라며 “국회 통과가 필요한 입법의 경우 각 부처가 역량을 집중해 국회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