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성진 붐? 음악가는 억지로 시켜선 안돼”

입력 2016-11-16 21:08
한국인 처음으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첫 정규음반 ‘쇼팽:피아노 협주곡 1번&발라드’ 발매를 앞둔 그는 16일 “협주곡 1번은 노래하듯 연주했고, 발라드 전곡(4곡)은 드라마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다. 곽경근 선임기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1년이 지났네요. 지난 1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빨리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해외(프랑스)에 있다 보니 유명세는 그다지 못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오는 25일 첫 정규 음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발라드’ 발매를 앞두고 고국을 찾았다. 지난 7월 서울시향과의 협연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조성진은 16일 서울 종로구 재능문화센터(이하 JC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 스튜디오 녹음이라 긴장도 했지만 설레고 재밌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6월 영국 런던에서 쇼팽 협주곡 1번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했고, 9월에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쇼팽 발라드 4개를 혼자 녹음했다”며 “런던에서 녹음한 애비홀 스튜디오는 비틀스나 카라얀이 녹음했던 유명한 곳이다. 거기서 유명 음악가들의 포스터를 보고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쇼팽 콩쿠르 우승 후 눈코뜰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콩쿠르 수상자 투어 공연에 이어 독주자 또는 협연자로 유럽과 아시아를 누볐다. 공연 횟수만 무려 80여회에 이른다.

그는 “쇼팽 콩쿠르 파이널곡인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우승 이후 50번 이상 연주했다. 지루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내 연주가 조금씩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콩쿠르 당시 심사위원인 크리스티안 침머만, 라두 루푸, 미하일 플레트네프 등 거장들이 콩쿠르 이후에도 가끔 내게 연락해 격려해주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프로 무대에서 본격 활동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도 처음으로 접했다. 매니지먼트사인 솔레아,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차례차례 계약을 맺은 것은 큰 전환점이 됐다. 그는 “쇼팽 콩쿠르 직후 콘서트 때문에 계약서를 받았는데, 30페이지가 넘었다. 계약 관련 전문 용어도 처음 본 데다 협상을 안 해봐서 변호사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내 인생에서 변호사를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웃었다.

그는 연주가 없는 날이면 프랑스 파리의 집에서 하루에 3∼4시간씩 연습한다. 어찌 보면 단조로운 삶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음악가라서 그런지 현재 내 삶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성격적으로 긍정적인데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다”고 털어놓았다.

국내에서 부모들 사이에 자식을 ‘제2의 조성진’으로 키우려는 붐이 인 것에 대해 그는 “우리 부모님은 피아노와 관련해 나를 압박한 적이 없다. 즐기기 어렵고 힘들면 그만두라고 늘 말씀하셨다. 음악가는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라이브 연주는 내년 1월 3∼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5월 6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들을 수 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