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려 반격까지 꾀하고 있다. 식물정부 상태가 임기 말까지 지속되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결자해지할 의사가 없는 만큼 거대 야당이 나서야 한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압박이 필요하다. 야권이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고 정국 수습에 나설 때다.
그러나 국민 시선엔 현재의 야권은 미덥지 못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은 물론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도가 눈에 띄게 상승하지 못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 야권은 대통령을 향해 ‘물러나라’고 소리만 지르고 있다. 제1야당 대표는 단독 영수회담을 추진했다가 회군했다. 야3당 대표의 16일 오찬 회동은 취소됐다가 하루 연기되기도 했다. 비상기구를 둘러싸고 대선주자들마다 셈법이 다르다. 탄핵과 하야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이다. 촛불 민심에 편승할 뿐 주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권은 국정 정상화의 책무가 분명히 있다. 촛불 민심을 끌어안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전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의 앞에서 득실을 따져선 안 된다. 대선주자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는 지났다.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창구 단일화가 중요하다. 야3당 대표와 책임 있는 정치인들로 구성된 대표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박 대통령의 퇴진이 우선인 만큼 힘 있는 ‘원 보이스(One Voice)’가 필요하다. 이 기구에서 국회 추천 총리의 권한과 해당 인물까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탄핵 또는 하야 방향 설정, 조기 대선 일정 등 박 대통령 퇴진 이후에 대해서도 논의를 매듭지어야 한다. 각 당과 대선주자들 간 입장 차이가 있어 합의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후 새누리당의 비박계까지 끌어들여 국회 전원위원회를 소집하는 걸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 단일화된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박 대통령과 최종 담판에 나서야 한다. 여야의 단일 목소리를 박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정치권이 장내에 머물 명분은 사라진다. 지금은 거리로 나가 촛불행진대와 함께 퇴진 운동을 강화하기 전에 최대한 수습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사설] 야당의 섬세한 대응 절실하다
입력 2016-11-16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