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주변 세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버티기에 들어간 것 같다. 곳곳에서 징후가 나타난다. 지난 주말 ‘100만 촛불민심’에 화들짝 놀랐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고 시간을 끌면 국면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까지 엿보인다.
우선 청와대는 국민과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하야나 퇴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통령이 추가로 내놓을 것도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정도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의 의혹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대통령의 변호인은 검찰에 조사 연기를 요구하며 서면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했다. 때를 맞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비박계 대선 주자들의 낮은 지지율을 거론하며 상식 이하의 비난을 퍼부은데 이어 “언동을 신중하게 하라”고 반대파를 공격했다.
이 모든 게 최순실 사태로 국정마비 상태가 지속되고, 국민들은 대통령을 하루도 인정할 수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여당 수뇌부가 초유의 비상시국을 여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대통령의 퇴진과 2선 후퇴가 임기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맞지 않으며 불가능하다는 청와대 설명에는 헛웃음만 나온다. 작금의 국가적 위기는 박 대통령의 헌법 유린에서 비롯됐다.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막중한 권한을 국민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일개 사인(私人)과 공유하며 국정을 농단한 게 본질이다.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어 국민들이 대통령의 권한을 거둬들이겠다고 촛불을 들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과 측근들이 이처럼 방자하게 행동할 수 있는 데에는 사태가 터진 이후 변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무능력한 야당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 시간이 흐르면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던 박 대통령의 과거 우군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대로 버티기만 하면 이전의 권능을 되찾아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반격’을 시도하며 대통령의 탄핵 추진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탄핵소추가 이뤄지기 위해선 검찰 수사나 특검을 통해 대통령의 범죄행위가 공소장에 적시돼야 하고 국회에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심사하는 등 변수가 적지 않다.
절차상 내년 8∼9월까지 지금의 대혼란이 이어지는 것이다. 장기간의 국정 마비로 인해 초래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된다. 역사상 민심을 거스르고 성공한 지도자는 없었다. 박 대통령의 대오각성을 거듭 촉구한다.
[사설] 대통령은 이 나라를 대혼돈으로 끌고 가려는가
입력 2016-11-16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