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추억으로 가는 여행에 초대합니다”

입력 2016-11-18 00:02
다음 달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콘서트를 여는 가수 이정석.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많이 들어오지만 나간 적이 별로 없다. 앞으로도 가수 본연의 모습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이정석 제공

1986년 12월 19일이었다. 열아홉 살 대학 새내기였던 남자의 삶이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은. 남자는 이날 저녁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금상을 거머쥐었다. 가요제에서 부른 자작곡 ‘첫눈이 온다구요’는 삽시간에 유명해졌고 남자는 스타덤에 올랐다.

이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가수 이정석(49)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직도 30년 전 겨울이 뚜렷하게 기억난다. 인생이 바뀌는 게 한순간이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당시 저는 서울 신촌 한 카페에서 노래 부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가요제에서 입상한 다음날 신촌에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더군요. 정말 신기했어요.”

이정석을 만난 건 그가 다음 달 23일과 24일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여는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공연에는 이규석 박남정 전유나 이덕진 등 1980, 90년대 초반 가요계를 풍미한 가수들도 대거 게스트로 출연한다.

“공연 콘셉트를 ‘추억으로 가는 여행’으로 정했어요. 동료 가수들과 추억담을 나누고 영상을 통해 과거를 회상해보는 시간도 가질 겁니다. 저를 포함해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 대다수가 ‘발라드 가수’이지만 트로트 메들리도 선보일 거예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특이한 건 공연 수익 전액을 우리사회 소외 계층을 돕는 데 내놓는다는 점이다. 수익금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단체인 ‘드림트리’에 전달된다. 공연장인 소월아트홀을 운영하는 성동문화재단은 좋은 취지에서 열리는 콘서트여서 대관료를 받지 않기로 했으며, 악기 제조사인 야마하도 공연에 필요한 악기들을 무상으로 대여해주기로 했다.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을 열 생각이 아예 없었어요. 늙은 게 자랑도 아니잖아요(웃음). 하지만 이런 형태로 나눔을 실천하는 공연을 연다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동료 가수들도 ‘기부 콘서트’라는 취지에 동감해 무대에 서기로 한 거고요.”

이정석은 80년대 후반 ‘사랑하기에’ ‘사랑의 대화’ ‘여름날의 추억’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데뷔곡 ‘첫눈이 온다구요’는 지난해 연말 크게 히트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자주 흘러나와 재조명받기도 했다. 이정석은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드라마에서 내 노래가 자주 나오니 그제야 아빠가 과거에 인기가 많았다는 걸 실감하더라”며 웃었다.

“가수는 콘서트를 계속 열어야 가수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날 겁니다. 이번 콘서트가 열리는 장소는 500석 규모의 극장인데, 앞으로도 크지 않은 공연장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요. 작은 공연장일수록 팬들과 교감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