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초고령시대, 가정임종을 말하다

입력 2016-11-18 04:50

2026년 고령화율이 20%를 넘어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드는 한국에서 나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하지만 일본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저자는 오히려 집에서 홀로 맞는 죽음을 권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고독사는 죽기 전부터 고독하게 살던 사람의 얘기다. 혼자 살아도 고독하지 않으면 고독사가 아니다. 혼자 사는 노인은 가족과 같이 살지 않을 뿐이지 가족이 없거나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하든 안하든 결국은 혼자가 되는 이 시대에 홀로 맞는 죽음은 결코 불행한 것이 아니다. 물론 노후에 빈곤과 고립이 한꺼번에 닥치면 힘들기 때문에 젊은 시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홀로 맞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든다.

저자는 자식들에게도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뒤 괴로워하고 자책하는 ‘임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고 지적한다. 초고령화사회의 죽음은 서서히 진행되는 죽음, 즉 당사자에게도 주위 사람에게도 미리 준비할 시간이 있는 죽음이다. 따라서 임종 소식을 듣기 전에 미리미리 부모에게 감사와 작별의 인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저자는 삶의 마지막을 편안한 집 대신 굳이 낯선 병원에서 하루하루 살다 끝내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지 죽음을 맞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인이 집보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은 1970년대다. 과거 병원이 사치였던 시대에 자식들은 죽기 전 한 번이라도 의사에게 보이고 싶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자식의 체면 때문에 병원에서 임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노인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가족의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가정임종’을 선택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의사들 역시 응급병동에 실려와 연명치료를 받다 노인들이 고통스럽게 사망하는 것에 회의적이 됐다. 일본에서는 호스피스 병동조차도 환자에겐 비일상의 공간인만큼 존엄한 삶을 위해 가정 호스피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게다가 노인 인구의 증가로 앞으로는 병실 부족 때문에 병원에서도 죽지 못하는 ‘임종난민’이 늘어나게 돼 집에서 홀로 죽는 것은 일본에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 의료지원시스템만 잘 갖추어져 있다면 얼마든지 집에서 편안히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도 중요한 참고사례가 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