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식=웰빙식’ ‘운동=보약’ 입니다

입력 2016-11-20 19:56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요법이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에 정말 좋은가요?” 올 가을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가 화제가 되면서 당뇨인들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크게 줄이고 대신 지방 섭취를 늘리라는 건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식사 요법은 당뇨병 환자들의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를 하면 처음에는 체중이 빠진다. 매 식사 때마다 지방식을 하면 입맛이 떨어지고 식사양이 줄기 때문이다. 이건 황제 다이어트로 알려진 고단백 식사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식사를 평생 유지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은 초기에 체중이 빠진 후 다시 요요를 겪는다. 또한 포화지방 과다 섭취는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과 염증 수치를 증가시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당뇨병학회를 포함한 유관학회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성명발표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비만형 당뇨병의 비율이 반을 넘어서면서, 당뇨관리를 위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졌다. 그런데 체중관리가 쉽지 않다 보니, 일부에서는 이른바 특효를 표방하는 식사요법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보기도 한다. 이번에 화제가 된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한 때 유행했던 간헐적 단식, 원푸드 다이어트 등이 그런 극단적인 식사법들이다. 대부분 효과가 제한적이며 결국은 당뇨병 관리에 악영향을 준다.

당뇨병 관리에 도움이 되는 식사요법은 평범하고 상식적이다. 적당량을 골고루 규칙적으로 먹고, 피할 것을 피하는 것이다. 즉, 영양소 별로 균형 잡힌 식단을 선택하고, 적당량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며, 탄수화물 중에서도 설탕처럼 혈당을 급격히 높일 수 있는 단순당과 혈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포화지방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런 식사는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당뇨식’을 온 가족이 실천하면 더욱 좋다.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이런 원칙을 기반으로 생활습관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식사요법으로 조정할 수 있다.

당뇨병에 대해 완치나 특효를 표방하는 기능성 식품에 의존하는 것도 금물이다. 당뇨인들 중에는 약제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혈당에 좋다는 기능성식품이나 민간요법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런 천연물이나 기능성 식품이 치료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가 북한이다. 좋은 약제 반입이 쉽지 않다 보니 그런 치료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좋은 약제들이 있는 나라에서 북한 수준으로 치료하면 되겠는가? 물론 약제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내게 어울리는 좋은 약을 찾는 게 중요하며, 이런 최적화된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전문가와 의논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잘 복용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약 복용을 잊는 실수가 반복된다면 복합제나 서방정 등으로 약 복용 횟수와 가짓수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뇨병을 관리하다 보면 ‘어쩌다 이렇게 재수 없는 병에 걸렸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먹는 즐거움에 대한 제한, 귀찮은 운동의 실천, 안 먹던 약의 복용과 인슐린 주사 등, 상당수의 환자들은 이런 당뇨병을 몹쓸 병이라 인식한다. 그러나 당뇨병은 오히려 축복일 수 있다. 당뇨병 ‘덕분에’ 더욱 건강한 생활을 실천한다면, 병이 역설적이게도 당뇨인들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이라 정신적, 사회적, 더 나아가 영적 건강의 밑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당뇨식’을 ‘환자식’이 아니라 ‘웰빙식’이라 생각하자. 운동은 보약이라 믿고 실천하자. 여러 약들도 내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일꾼으로 받아들이자. 그런 자세라면 당뇨병이라는 ‘동반자’ 덕분에 더욱 건강할 수 있다.

김신곤 고려대안암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