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민심’ 업고… 문재인, “朴 퇴진” 전면에

입력 2016-11-16 04:01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마련된 민주당 천막당사에서 박범계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왼쪽 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15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사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윤성호 기자,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진퇴를 두고 숨고르기를 하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퇴진운동 전면에 나섰다. 지난 12일 ‘100만 촛불’ 이후 급변한 정국 상황에 따른 선택이다.

집회 이후 야권 내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고,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다. 검찰 수사를 앞둔 박 대통령은 하야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야권 주자인 문 전 대표가 퇴진운동에 합류하면서 야권의 ‘반(反) 박근혜’ 단일 대오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문 전 대표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작정한 듯 40여분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국정 수습은 일당(一黨) 주도가 아닌 비상기구를 통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페이스북에 ‘비상시국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과 동일하다. 국정 수습 과정으로 ‘비상기구 조직→박 대통령 퇴진 선언→과도내각 구성→대선 관리’ 구상을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조건 없는 퇴진 선언이 이뤄지면 비상기구가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진운동에 대해선 야권 및 시민·지역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했다. 다른 야권 대선 주자와도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가진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 직후 “한 사람이라도 더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제1야당과 문 전 대표가 나선 것을 환영한다”고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다소 늦은 감은 있다”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상황을 4·19혁명과 1987년 6월항쟁에 빗대며 “그때 국민들은 혁명에 성공했는데, 민주당 정부의 실패와 정치권의 분열 때문에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이번 세 번째 시국항쟁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전에 했던 거국내각 구성 제안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그만두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을 대행하며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며 “준비 없이 대선을 치르는 일이 초래돼선 안 된다는 고민 때문에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국회 추천 총리 중심으로 대통령 2선 후퇴를 촉구하려 했다. 안타깝게도 충정어린 제안을 박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압도적 민심은 즉각적인 퇴진인데 탄핵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만약 탄핵 절차를 밟게 만든다면 그야말로 나쁜 대통령이 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법적 수단이 필요한 단계가 되면 논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기에 처한 추 대표에 대해선 “(영수회담 파동이) 전화위복이 됐다. 또 ‘추미애 경로’가 아니더라도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 퇴진 당론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과”라며 힘을 실었다.

지난 총선 ‘광주 선언’에 대해선 “호남과 광주 시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이 있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면서도 “총선승리, 정권교체 기반을 만들기 위한 발언의 맥락을 살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야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지지받지 못하고 어떻게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개헌 논의에 대해선 “국면 전환을 초래하게 돼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강준구 정건희 기자 eyes@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