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에게 조종 받은 대통령… 국민들 자괴감”

입력 2016-11-15 20:41
한국교회 중견 목회자들이 11일 서울 강동구 C채널스튜디오에서 국민일보·C채널이 공동 개최한 ‘길 잃은 대한민국, 광야에서 길을 묻다’ 특별좌담에 출연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경배 김병삼 양인순 정성진 고경환 목사. C채널 제공

△좌담
-정성진 목사(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
-김병삼 목사(분당 만나교회)
-박경배 목사(대전 송촌장로교회)
-고경환 목사(고양 순복음원당교회)
△사회
-양인순 목사(평택 온누리교회)

<참석자>
한국 교회 중견 목회자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은 안 되도 원칙은 지키는 사람’이란 믿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원칙이 아닌 무당에게 조종당했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이 아니라 최순실과 소통했다. 국민 마음을 전혀 못 읽었다”고 질책했다.

중견 목회자들은 11일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C채널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C채널 공동주최 특집좌담 두 번째 방송 ‘길 잃은 대한민국, 광야에서 길을 묻다’에 출연해 현 시국상황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정성진(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아이들마저 일어났다”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박경배(대전 송촌장로교회) 목사는 “국정운영을 위해 (반드시) 대면해야 할 장관·비서관 등 전문가를 제쳐두고 민간인인 최순실과(만) 소통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읽지도, 국가 상황과 정책에 민심을 반영하지도 못한 것”이라고 가세했다.

양인순(경기도 평택 온누리교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는 두 목사와 함께 김병삼(경기도 분당 만나교회) 고경환(경기도 고양 순복음원당교회) 목사가 나와 시국상황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짚었다.

이들은 “소통 부재로 인한 원칙의 붕괴가 사회 전체를 무너뜨렸다”고 입을 모았다. 또 박 대통령이 이단인 영세교주 최태민씨 뿐 아니라 최씨의 딸 최순실씨를 국정에 개입시킨 일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정 목사는 “최씨가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잃고 상심하던 박 대통령에게 무당이나 하는 ‘빙의’로 접근해 마음을 얻은 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라며 “한 개인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나이가 들고 대통령이 돼서도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고 목사는 “최씨가 죽을 때까지 목사 행세를 했다는 것, 신학도 하지 않은 자에게 돈을 받고 성직을 줬다는 것은 한국교회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또 “요즘도 ‘자격 상관없이 1년 4학기 만에 목사 안수’ ‘아무나 좋소’ 등 성직매매를 부추기는 광고가 버젓이 게재된다. 이는 제2의 최태민을 배출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종교와 권력의 결탁으로 인한 것이라는 인식에 대해선 “교회가 적극적으로 권력으로부터 멀어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목사는 “우리 교회에 높은 지위를 가진 성도가 있음을 자랑하거나 그것이 바로 교회의 권력이라 생각해선 안 된다”며 “하나님은 힘을 가지고 역사하는 분이 아님을 한국교회가 깊이 각성해야 한다”고 했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기독교계 시국선언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박 목사는 “시국선언은 불안한 정국을 바라보는 믿음의 사람들의 적극적 행동이자 바람직한 모습”이라면서도 “지향점이 다르다고 정죄할 게 아니라 서로의 시각을 포용하고 무엇이 성경적인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목사는 “시국선언에 앞서 바로 내 안에 최순실은 없는지, 나를 끌고 가는 잘못된 영은 없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바른 신앙인의 자세”라고 덧붙였다. 이번 좌담은 16일 오후 10시30분(재방 17일 오후7시) C채널에서 방송된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