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캐슬린 김(41·한국명 김지현)은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이하 메트)에서 10년째 거의 매년 주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2007년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바르바리나 역으로 메트에 데뷔한 뒤 지난 4월 ‘후궁탈출’의 블로드헨 역까지 8편, 64회 출연했다. 한국 출신 성악가로는 ‘메트의 안방마님’이란 별명을 가졌던 홍혜경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횟수다. 그는 2017-2018시즌에도 출연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9월 그는 한양대 음대 교수로 부임했다. 하지만 후학을 양성하는 틈틈이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팜비치 오페라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5월 메트 ‘후궁 탈출’, 8월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의 ‘한여름밤의 꿈’ 등에 출연하느라 국내 관객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메조소프라노 이아경(46·경희대 교수), 테너 김재형(43·경희대 교수), 바리톤 고성현(54·한양대 교수)과 함께 서는 ‘오페라 히어로즈-My Playlist’는 팬들에겐 매우 귀한 무대다.
그를 포함해 네 성악가는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하지만 국민일보 창간 28주년을 기념한 이번 콘서트에서는 ‘내가 연주하고 싶은 리스트(My Playlist)’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자신의 인생에서 특별했던 노래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캐슬린 김은 “지난해 한국에 오기 전까지 내 삶은 오직 오페라 커리어를 쌓는 것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삶을 좀더 다양한 각도에게 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고 2학년 때인 1992년 미국 이민을 갔다. 뉴욕 맨해튼음대를 졸업한 뒤 2005년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신인 프로그램 ‘영 아티스트’에 선발됐다.
그는 “메트의 데뷔 무대였던 ‘피가로의 결혼’에 홍혜경 선생님이 주역인 백작부인 역으로 출연하셨다. 당시 선생님께서 내게 오페라에만 모든 것을 쏟지 말고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신경을 쓰라고 조언하셨다”면서 “당시엔 선생님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공감하게 됐다. 좋은 성악가가 되려면 주변에도 애정을 가지고 돌아봐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을 지도할 때 테크닉과 함께 오페라 가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 오페라 무대에서 필수적인 연기력은 노래 안에 영혼이 실리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는 “같은 오페라 아리아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성악가의 성격이 고스란히 노래에 묻어나기 때문이다”면서 “물론 노래에 숨을 불어넣는 것은 단순히 가르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이런 부분을 어떻게 지도할지가 늘 고민이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 김동진의 가곡 ‘진달래꽃’,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아리아 ‘꿈 속에 살고 싶어라’, 레하르의 오페레타 ‘쥬디타’ 중 ‘뜨겁게 입맞춤하는 내 입술’,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중 ‘밤새도록 춤출 수 있다면’ 등을 준비했다. 특히 ‘진달래꽃’은 그가 지난해 9월 금호아트홀 리사이틀 때도 불렀던 곡으로 당시 노래하면서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느라 한국 가곡은 많이 불러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좋았다. 가사 하나하나가 내 지나온 삶을 떠올리게 했다”고 답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메트’가 사랑한 소프라노… 삶의 특별한 노래 들려준다
입력 2016-11-1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