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장금리 상승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쇼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예고하면서 시장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대로 치솟자 우리나라 대출금리도 본격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 주택담보대출의 준거 금리로 쓰이는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는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급격한 금리 상승은 1300조원에 육박하는 우리 가계부채에 악몽이다.
은행연합회는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가 1.41%를 기록해 전월 대비 0.06% 포인트 상승했다고 15일 공시했다. 코픽스는 지난 9월에 9개월 만의 오름세를 보였다. 그달에 8월보다 0.04% 포인트 올랐다. 2개월 연속 금리 상승 국면이 이어진 것이다.
코픽스는 8개 시중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평균비용을 측정한 자금조달비용지수다. 코픽스 상승에는 은행채 평균 금리가 0.09% 포인트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는데, 은행채 금리는 기본적으로 국채 금리와 연동된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2%대로 치솟으면 우리 국채금리도 따라 오른다. 이날 우리나라 10년물 국고채권 금리는 2.04%로 마감했다. 결국 시중은행 대출금리의 동반 상승을 부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픽스 기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2%대를 찾기 어려워졌고, 4%대 후반 상품마저 등장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음달 미국 정책금리 0.25% 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6.5%로 내다보는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또 내년에는 미국 정책금리가 0.50% 포인트, 2018년엔 0.75% 포인트 올라간다고 예상했다. 올 연말부터 2018년까지 금리가 1.50% 포인트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금리 인상 조처도 필수적이다.
외국계 자금 유출을 우려해 시차를 두고 미국 기준금리와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에 치명적이다. 한국은행이 올 상반기 스트레스테스트를 했더니 금리가 1% 포인트 상승했을 때 한계가구는 8만 가구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100만원을 벌 경우 40만원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파산 직전 가구가 한계가구다. 한은은 오는 24일 3분기 가계신용 잠정치를 발표한다. 2분기 1257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13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금리 조절 외에 가계부채 세부 대책 강화를 주문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가계부채를 총량으로 접근하지 말고 국내총생산(GDP)이나 처분가능소득 대비 상대적 비중을 조정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글=우성규 홍석호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기획] ‘트럼플레이션 쇼크’ 가계부채 뇌관 건드리나
입력 2016-11-15 18:55 수정 2016-11-15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