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돌연 말을 뒤집으면서 검찰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검찰과 다른 의혹들이 우선 규명돼야 한다고 버티는 박 대통령 간 신경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5일 박 대통령 측의 입장표명 직후 “가능한 이른 시일 내 대면조사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수요일(16일) 대면조사가 어렵다면 목요일(17일)도 가능하다”며 일단 하루 말미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19일 최순실(60·구속)씨를 재판에 넘기기 전 박 대통령의 진술을 청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검찰은 박 대통령 측에 15일과 16일 등 2개의 날짜를 제시했었다.
박 대통령 측이 “검찰이 모든 의혹을 충분히 조사한 뒤 대통령을 조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검찰은 최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을 극히 제한적으로 서술할 것으로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의혹, 각종 국정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해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날 최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역할이 어떻게 서술될지는 모두의 관심사였다. 최씨의 공소장이 공개된 이후로 박 대통령의 조사 시기가 결정된다면 검찰이 카드를 미리 보일 가능성은 낮다.
검찰이 박 대통령 측의 일정 연기 요구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플렉서블하게(유연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신분을 참고인으로 재확인했다. 검찰은 조사 일정 조율 과정에서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여주는 경향이 있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 측의 일정 연기보다 정치권의 특별검사 도입 합의가 더 큰 변수라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 변호인의 입장 표명 이후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끝까지 거부하고, 특검 조사만 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조속한 진상규명 필요성, 대면조사 필요성 등을 재차 강조한 것도 특검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검찰은 이날 박 대통령 변호인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내용을 분석하며 대국민 담화에 이은 박 대통령의 입장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특수본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때 활용될 질문들의 내용이 반복해서 갱신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은택씨나 최순실씨의 신문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내일 하면 또다시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檢-朴 ‘조사 시기’ 신경전… 수사 로드맵 변화 불가피
입력 2016-11-15 18:12 수정 2016-11-15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