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朴 ‘조사 시기’ 신경전… 수사 로드맵 변화 불가피

입력 2016-11-15 18:12 수정 2016-11-15 21:33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들에게 검찰의 대통령 조사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돌연 말을 뒤집으면서 검찰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검찰과 다른 의혹들이 우선 규명돼야 한다고 버티는 박 대통령 간 신경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5일 박 대통령 측의 입장표명 직후 “가능한 이른 시일 내 대면조사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수요일(16일) 대면조사가 어렵다면 목요일(17일)도 가능하다”며 일단 하루 말미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19일 최순실(60·구속)씨를 재판에 넘기기 전 박 대통령의 진술을 청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검찰은 박 대통령 측에 15일과 16일 등 2개의 날짜를 제시했었다.

박 대통령 측이 “검찰이 모든 의혹을 충분히 조사한 뒤 대통령을 조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검찰은 최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을 극히 제한적으로 서술할 것으로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의혹, 각종 국정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해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날 최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역할이 어떻게 서술될지는 모두의 관심사였다. 최씨의 공소장이 공개된 이후로 박 대통령의 조사 시기가 결정된다면 검찰이 카드를 미리 보일 가능성은 낮다.

검찰이 박 대통령 측의 일정 연기 요구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플렉서블하게(유연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신분을 참고인으로 재확인했다. 검찰은 조사 일정 조율 과정에서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여주는 경향이 있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 측의 일정 연기보다 정치권의 특별검사 도입 합의가 더 큰 변수라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 변호인의 입장 표명 이후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끝까지 거부하고, 특검 조사만 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조속한 진상규명 필요성, 대면조사 필요성 등을 재차 강조한 것도 특검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검찰은 이날 박 대통령 변호인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내용을 분석하며 대국민 담화에 이은 박 대통령의 입장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특수본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때 활용될 질문들의 내용이 반복해서 갱신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은택씨나 최순실씨의 신문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내일 하면 또다시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