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그동안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해 오던 박근혜 대통령 측이 16일 예고된 검찰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며 역공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태도가 달라졌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청와대가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사진) 변호사는 15일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요청한 ‘박 대통령 16일 대면조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검찰이 일정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해서 (출석 날짜를) 맞춰달라는 것”이라며 “어제 선임돼 의혹을 정리하고 변론을 준비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 조사 시점에 대해 “대통령 관련 의혹이 정리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최씨 의혹 수사가 길어질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유 변호사는 “때에 따라서는 준비가 미흡해도 대통령 조사를 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당분간 검찰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다음주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참고인 신분인 박 대통령이 계속 검찰 출석을 거부할 경우 검찰이 이를 강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유 변호사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박 대통령 조사 방법도 “원칙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부적절하고, 본인 동의 하에 수사하더라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조사돼야 한다”면서 “서면조사가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조사를 한다면 그 횟수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됐다는 혐의를 적극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그는 박 대통령의 심정에 대해 “(재단 설립 등이) 선의로 추진된 일이었고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았음에도 이런 일이 드러나 가슴 아파하고 있다”, “온갖 의혹이 사실로 매도돼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 본인은 책임이 없음을 변호인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수사를 받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유 변호사는 “헌법상 모든 국민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 변호사는 선임 이후 “박 대통령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최재경 민정수석과의 접촉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靑의 역공?… 변론 준비 내세워 ‘시간끌기’
입력 2016-11-15 18:12 수정 2016-11-16 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