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암초’에 걸린 대기업, 人事·투자도 표류

입력 2016-11-16 00:03 수정 2016-11-16 01:38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면서 불똥이 튄 기업들의 초조함도 극에 달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 독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총수들도 ‘뇌물공여자’로 지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각 기업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응하느라 내년 사업계획은커녕 연말 임원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 ‘시계제로’ 상황에 빠졌다.

15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3월 5대 그룹 총수들을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총수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도 이 시기에 박 대통령을 따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독대 직후 K스포츠재단이 SK와 롯데 등에 추가 기금 출연을 요구했던 만큼 검찰은 당시 독대 자리에서 재단 지원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당시 총수들이 회사별 민원이나 특혜를 부탁했다면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도 정경유착의 공범 아니냐는 여론이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수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끝난다 해도 최장 120일의 강도 높은 특검이 사실상 예약된 상황이다. 내년을 대비해 고위 임원 인사와 사업계획 수립에 한창 바쁠 때인 기업들은 “사실상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에 깊이 연루된 삼성의 고민이 크다. 삼성은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 수습과 지배구조 재편 등을 위해 연말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 등 주요 임원이 최순실씨 회사에 직접 35억원을 송금한 의혹 등에 연루돼 있어 당장 인사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계열사인 제일기획도 이날 압수수색되고, 시민단체가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하는 등 계속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다른 기업들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검찰 수사로 홍역을 치렀던 롯데는 대대적인 조직 쇄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 축소 개편과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신 회장은 이날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현대차그룹도 울상이다. 당장 한·미 FTA와 나프타(NAFTA) 재협상 등 미국의 교역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최씨 측근인 차은택씨 소유의 광고대행사에 광고를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어 검찰이나 특검 수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올 초부터 혁신을 강조한 SK도 재단기금 출연 시점과 최 회장의 사면 시기 등을 놓고 각종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이맘때쯤이면 각종 리스크를 진단하고, 조직도 정비해야 하는데 지금 기업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30대 그룹 257개 계열사의 투자액은 45조3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조3135억원 감소했다. 특히 삼성·현대차·SK 등 3대그룹의 투자 감소액이 13조2730억원으로 30대 그룹 투자 감소액의 92.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