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달동네, 화사한 마을로 태어났다

입력 2016-11-15 20:56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을벽화 작업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그린 벽화를 배경으로 사랑의 하트를 그려 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서울 성동구 마장동 30통(統)은 3년 전만 해도 낙후된 마을이었다. 한양대와 세림아파트 사이 언덕에 있는 이 마을은 좁다란 골목이 이어져 있는 전형적인 달동네다.

120채가량의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이곳은 한양대가 학교 부지 확대를 염두에 두고 집을 속속 사들인 뒤 비워두는 바람에 빈집이 절반으로 늘었다. 세입자가 대부분인데다 빈집마저 늘어가니 마을은 낮에도 다니기 겁날 정도로 음산하고 어수선했다.

그러던 이 마을에 3년 전 변화가 찾아왔다. 주민 누군가가 마장동주민센터에 골목에 벽화라도 그려주는 게 어떠냐고 요청한 게 계기였다.

이듬해인 2014년 3월부터 성동구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민·관이 참여해 마을 골목과 벽 곳곳을 벽화로 새단장 하는 ‘마장동 벽화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고 마을은 눈에 띄게 변해갔다.

벽화마을 조성에는 청년 예술가들의 모임인 아티스, 낭자, 청년 단체인 이룸 등의 자원봉사자 30여명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연초에 벽화작업 계획을 수립한 뒤 마을을 찾아 벽화를 그렸다. 대우건설, 신도리코, 서울시설공단, 한양여대 등 기업과 단체, 개인봉사자 등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집주인들의 동의를 받아가며 작업이 진행됐고 벽화가 하나둘 늘면서 마을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조효진(24·여) 아티스 대표는 15일 “처음 동네를 찾았을 때는 빈 집이 많아 음산한 분위기였는데 벽화가 늘면서 골목길이 화사해졌다”며 “주민들이 벽화를 보고 좋아하셔서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작업했다”고 말했다.

3년에 걸친 작업으로 마을엔 150여개의 벽화가 완성됐다. 주민들 의견을 받아들여 꽃, 새, 하늘, 나무 등 동식물과 풍경 위주의 그림을 그렸다.

마을이 달라지자 성동구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부 골목은 새로 포장하고 부서진 난간을 교체하는 등 지원을 확대했다.

그 결과 예전에는 피해 지나가던 마을이 이제는 연인, 학생 등이 데이트를 즐기고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마을로 바뀌었고 주민들 얼굴에도 미소가 살아났다. 성동구는 내년 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상징 조형물을 세우고 주민과 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기업 관계자 등을 초대해 동네잔치를 열 계획이다.

김인하(45·여) 성동구자원봉사센터장은 “마장동 프로젝트는 자원봉사자와 행정기관, 기업 등이 힘을 모아 낙후된 마을을 활기찬 공간으로 되살린 훌륭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