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0억 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 및 IT 업체들의 커넥티드카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커넥티드카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다. 자동차는 단순히 운송수단이란 기능을 넘어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커넥티드카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약 50조원에서 2020년에는 155조원으로 3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커넥티드카를 구현하기 위해선 각종 전자부품과 통신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이 필요하다. 자동차 업체보다 해당 분야에서 앞서 있는 IT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카모드’라는 앱을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와 연동해 차 안에서 내비게이션, 음악감상, 통화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폭스바겐 일부 차량에만 연동될 정도로 존재감은 미미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이런 상황을 한 번에 뒤집을 기회를 잡았다.
하만은 커텍티드카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기업이다. BMW, 벤츠, 아우디, 도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업체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회사들은 하만의 커텍티드카 솔루션을 탑재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스마트폰과 유기적인 시너지를 낼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현재 커넥티드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구글과 애플이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는 자동차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진영에 합류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사용하는 게 현재 커넥티드카에선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IT 기업과 자동차 업체의 밀월관계가 계속될 가능성은 낮다. 양쪽 진영 모두 최종 목표를 자율주행차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관련 기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인력도 확보하고 있다. 하만 인수로 전장사업 경쟁력을 높인 만큼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단 삼성전자는 직접 완성차를 만들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이미 자율주행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구글은 이미 시험운행을 하고 있고, 애플은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타이탄’이 삐걱거리면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업체들도 직접 플랫폼 개발에 나서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IT 업체들에 내주면 자동차 업체는 뼈대만 만드는 하청업체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2020년 초연결 지능형 커넥티드카 출시를 목표로 차량용 OS ‘ccOS’ 개발에 착수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커넥티드카 플랫폼 大戰 달아오른다
입력 2016-11-1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