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위작, 내가 그렸다” 50대 화가 검거

입력 2016-11-15 18:42
위조범들이 판매한 이우환 화백의 대표작 ‘점으로부터’(왼쪽 사진)와 ‘선으로부터’를 위조한 그림들. 당초 이 화백은 이 그림이 자신이 그린 진품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80) 화백이 진품이라고 못 박았던 그림이 위작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작 ‘선으로부터’ 등 그림 6점을 위조한 화가가 경찰에서 “내가 위조한 게 맞다”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화백은 6점은 “호흡, 리듬, 색채 쓰는 방법이 모두 내 것”이라며 진품으로 확신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경찰이 확보한 6점을 비롯해 이 화백의 그림 40점을 위조한 혐의(사서명 위조 등)로 화가 박모(56)씨와 위작을 유통한 김모(58)씨 부부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박씨가 유명 화가의 모조품을 만들어 파는 이른바 상업화가 출신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2년 동안 이 화백의 그림 40점을 위조해 김씨 부부와 함께 인사동 A화랑 대표 김모(58·여)씨에게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김씨 부부에게서 3억원을, 김씨 부부는 A화랑 김 대표에게서 29억원을 각각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박씨가 점과 선으로 구성된 이 화백의 그림이 비교적 위조하기 쉽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어느 정도 전문기술도 있는 데다 이 화백의 작품 구성이 다른 작품보다 단순하다고 생각해 위조를 결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재료를 사들였던 업체까지 밝히며 위조 사실을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그는 “선이 그어진 형태나 간격, 안료의 색상 등은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알 수 있다”고 시인했다. 위작을 직접 그려 보이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박씨가 경찰에서 그린 위작과 실제 유통된 위작 6점의 성분이 같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지난 5월과 7월에도 이 화백의 그림 55점을 위조한 혐의로 이모(39)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당시 이 화백은 이씨가 그렸다는 4점과 이번 위작 논란에 휩싸인 6점이 포함된 그림 13점을 보고 모두 진품이라고 주장했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