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엑소더스(대탈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외국인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들어 15일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1조83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고 밝혔다. 2∼10월 줄곧 유지되던 ‘바이 코리아’(한국주식 순매수) 흐름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 후인 지난 11일 외국인은 4495억원, 14일 3345억원을 파는 등 매도 규모도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15일에도 2088억원을 팔며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는 6.87포인트 하락한 1967.53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1978.94포인트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장 막판에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힘없이 내려앉았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트럼프 후보 당선 이후 신흥국 시장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다. 지난 9일 이후 신흥국 증시는 5.9% 하락했다.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오르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 주식을 팔아 챙긴 돈을 달러로 바꾸면서 달러 매수세(환율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환율의 오름세가 지속되면 환차손 우려 때문에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더 빨라진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이달 말까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피에서 추가로 1조5000억원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보수적 시각에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강한 달러 압력이 점차 완화돼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안타증권 민병규 연구원은 “트럼프의 재정지출 확대 공약은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가 경제정책 운신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 유화적 제스처를 보일 것”이라며 “강한 달러가 추세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경기호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1000을 넘어선 것도 긍정적이다. 미국 인프라투자 기대감에 원자재 가격도 상승 중이다. 코스피 내 산업재·소재 섹터 종목 비중은 43%에 달해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재만 연구원은 “BDI와 연관성이 높은 포스코, 팬오션, LS, LG상사 등 해운, 철강 업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구조조정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팬오션, 대한해운을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외국인 엑소더스?… 보름 만에 주식 1조8360억 순매도
입력 2016-11-16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