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목사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진짜배기(jinzzabegi.com)'란 블로그에 들어갔다. 요한복음 주석서들에 대해 5점 만점으로 평점을 매긴 글이 올라와 있었다. '톰 라이트, 평점 3.6, 장점이자 단점은 모든 걸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것.' '아더 핑크, 평점 4.1, 장점은 탁월한 적용, 단점은 자의적 해석.' '장 칼뱅, 평점 4.2, 교회를 사랑하는 이에게 최상의 선택.' 요한복음 주석서 20종의 장·단점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었다. 균형 있는 기독교 서적 비평에 감탄한 그는 이 글의 필자에게 만남을 청했다.
진짜배기는 개혁주의 신학에 관심 가진 이들 사이에 입소문 난 '교양' 사이트다. 진짜배기 운영자 이정규(38) 황영광(33) 이재국(32) 목사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시광교회(이정규 목사) 예배당에서 만났다.
진짜배기는 황 목사와 이재국 목사의 스터디에서 시작됐다. “저희는 세계로선교회(ENM)에서 함께 성장했고, 대학 때도 같이 공부를 했어요. 존 파이퍼 목사가 만든 사이트 ‘하나님을 향한 갈망’(DesiringGod.org)에서 영어설교를 열심히 들었죠. 우리도 이런 블로그를 만들어 보자며 의기투합했습니다.” 황 목사의 설명이다.
두 사람은 ‘진리를 쫓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아 진짜배기란 이름을 짓고 2010년 사이트를 열었다. 파이퍼 목사의 설교로 영어를 익힌 이들의 실력은 수준급. 지난달 중순 영국 유니온신학교 학장인 마이클 리브스가 방문했을 때다. 진짜배기 멤버 3명이 리브스를 영어로 인터뷰했다. 이를 지켜본 한 참석자는 “삼위일체라는 어려운 주제로 리브스와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기독출판사 복있는사람의 문신준 팀장은 “진짜배기 운영자들은 신학 공부에 관한 한 진정한 ‘덕후’”라고 평했다. 덕후란 어떤 분야에 비상한 열정으로 몰두하는 이를 가리킨다. 이정규 목사는 지난해 초 합류했다. “우리 이름이 많이 알려진 건 형(이정규 목사)이 온 뒤부터예요. 의도한 건 아닌데 형이 쓴 글이 화제가 많이 됐거든요. 하하.” 지난해 2월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이란 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글을 썼다 유명세를 치렀다.
“그 책이 교회에 다니는 이들을 존중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불편했어요. 블로그에 온 분들 다수는 제가 교회를 무조건 옹호하는 보수주의자인 양 대하더군요. ‘저쪽은 옳고 이쪽은 그르다’는 폭력적 프레임을 경험했어요.” 푸근한 인상의 이정규 목사가 느릿느릿 얘기했다.
진짜배기에는 ‘예배 중 전자음악(EDM)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평부터 ‘배우자와의 갈등을 험담 없이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법’까지 다양한 글 100여 건이 게재돼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2주기 때는 ‘가라앉은 것과 건져야할 것’이라는 주제로 기획 일러스트를 게재했다. 최근엔 ‘삼위일체와 가정’을 주제로 글을 올렸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주 관심은 신학이에요. 개혁주의 신학에 기반해 현안을 다루고, 그 신학을 담고 있는 다양한 책을 비평해요.” 황 목사의 얘기다.
세 사람은 대학에서 신학과 무관한 분야를 전공했다. 그러다 한 권의 책을 만나 ‘신앙적 의문’이라는 수풀을 헤치고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경기도 김포시 주가행교회에서 사역 중인 이재국 목사에게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앙과 정서(지평서원)’가 그 책이다. “하나님의 명령이 늘 힘든 의무로 다가왔어요. 에드워즈의 책을 읽고 참된 믿음은 하나님 사랑 속에서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정규 황영광 목사는 존 파이퍼의 ‘하나님이 복음이다(IVP)’를 읽고 사역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정규 목사는 이 책을 통해 복음의 가장 큰 축복을 알게 됐다고 했다. “복음이 주는 유익이 무엇인가에 대해 흔히 건강이나 명예 이런 걸 이야기 하잖아요. 그런데 파이퍼 목사는 궁극의 복이 하나님과의 교제라고 했어요. 이 결론을 아주 치밀하게, 성경에 근거해 신학적으로 서술하죠.”
황 목사는 자신을 괴롭히던 ‘왜 믿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하나님 자체가 기쁨이라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경험한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도 책 읽기가 그런 벼락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이 오늘도 열심히 책을 읽고 진짜배기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쓰는 이유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책마을 사람들] 신학공부 진정한 ‘덕후’… 기쁨의 하나님 알린다
입력 2016-11-16 20:52 수정 2016-11-16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