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탐욕 집착 이기심, 아찔한 우리의 자화상… 성찰하는 네편의 동화

입력 2016-11-16 20:55

민낯으로 거울 앞에 선 느낌이다. 굳이 직시하고 싶지 않은 진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본 모습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한없이 그저 ‘많이 더 많이’ 채워 가기를 원하는 마음 속 구멍, 터진 웅덩이처럼 공허하고 헐거운 내면 말이다.

이 책 속에 담긴 네 편의 동화는 다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다. 각 작품들에 조명된 인간의 민낯은 배신 탐욕 집착 이기심이라는 이름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많이 더 많이’ 동화에서는 더 많은 것을 갖기 바라며 서로를 향한 불신과 질투심으로 유리집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폭소를 자아낸다. ‘한 달이 지나면’에서 마을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노래를 잘 부르는 키 작은 아이를 서로 독차지하려고 다툰다. ‘유리새’에서는 자신에게 유익함을 준 존재를 고마워하지 않고 질투하다가 스스로 암흑의 숲으로 들어서는 인간의 죄성을 볼 수 있다. ‘사랑하니까’에서는 꽃과 나무 등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섬 마을이 낯선 방문객에 의해 물질로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각각의 동화들이 마냥 어두운 건 아니다. 차가운 민낯에 따스한 빛이 스며드는 순간, 그 어두운 이름들은 희생 포기 헌신 사랑이란 이름으로 치유되기 때문이다. 따스한 빛은 가장 작고 연약한 존재들에 의해 밝게 빛난다. 사랑 그 자체인 존재들로 인해 이야기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품는다. 현실이 아무리 절망스러워도 이대로 끝이 아니라는 것, 회복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비와 소망, 따스한 온기가 아름다운 글과 그림에 오롯이 녹아 있다.

동화는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동화는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읽는 이야기다.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어린 아이들이다. 저자는 욕심과 이기심에 무너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라고, 그리고 이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적 가치와 인생을 성찰하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