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우리사회 5년 전보다 위험”

입력 2016-11-16 00:01

우리 국민의 절반은 5년 전보다 사회가 위험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흉악범죄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새로운 질병이 공포심을 자극했다. 북한 핵 등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시선과 맞물리면서 ‘안전’을 불신하는 시대가 됐다.

통계청은 전국 2만5233가구(약 3만8600명)를 대상으로 지난 5월 18일부터 6월 2일까지 실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 국민의 50.1%는 우리 사회가 5년 전보다 위험해졌다고 응답했다고 15일 밝혔다. 안전해졌다는 대답은 12.0%에 불과했다. 2014년 같은 조사에서 위험해졌다는 응답자는 46.0%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보다 더 우리 사회가 위험해졌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아진 것이다.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도 어둡다. 5년 뒤에 지금보다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15.4%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2014년 20.2%에서 4.8% 포인트 줄었다. 반면 더 위험해진다는 응답자는 38.5%나 됐다. 2014년(27.1%)과 비교해 껑충 뛰었다.

무엇이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 응답자들은 범죄(29.7%)를 첫 손에 꼽았다. 이어 국가안보(19.3%), 경제적 위험(15.5%), 도덕성 부족(9.5%), 인재(6.5%), 환경오염(5.8%),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 갈등(5.3%) 등이었다.

범죄를 불안 요인으로 지목한 응답자는 2년 전보다 10.2% 포인트 상승했다. 신종 질병이 가장 불안하다는 응답도 2014년 2.7%에서 올해 4.9%로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국가안보(22.2%), 여성은 범죄(37.3%)를 가장 불안해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가정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부모가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은 29.2%인 데 비해 부모만 따로 사는 경우는 68.2%에 이르렀다. 부모의 생활비를 부모 스스로 해결하는 비율은 52.6%로 8년 전에 비해 6% 포인트 늘었다. 부모의 생활비를 자녀가 제공하는 비율은 올해 47.4%로 점점 감소하는 모습이다.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생각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08년 40.7%였지만 올해는 30.8%까지 감소했다.

이에 비례해 대학 등록금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비율도 점차 줄고 있다. 2010년 대학생의 70.5%가 부모 도움으로 등록금을 마련했지만, 올해 1학기에는 58%만 부모 도움을 받았다. 결혼관도 전통적인 모습을 벗어나고 있다. 절반 가까운 국민(48.0%)은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2010년(40.5%) 이후 줄곧 증가세다. 조사 대상의 66.1%는 ‘외국인과 결혼해도 상관없다’고도 했다.

다만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는 75.8%가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또 입양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응답이 39.3%로 2년 전보다 6.7% 포인트 늘어 아직은 우리 사회가 입양에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