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가 부른 국정공백이 4주째로 접어들었다. 난국을 속히 정리해야 한다. 여러 방안이 제시돼 있다. 민주적 정의에 부합하고 순조롭게 국정이 정상화될 절차를 택해 차근차근 밟아갈 때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는 시나리오는 100만명 촛불집회로 선택지에서 지워졌다. 국민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사상 최대 규모인 특검 수사를 받으며 남은 15개월을 보내는 건 정상화와 거리가 멀다. 즉각적인 하야와 탄핵은 차선책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하야하면 헌법이 정한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국가체제를 정비해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볼 시간적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이를 선택한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탄핵은 불확실성의 연장을 뜻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최장 6개월이 걸리고 그 결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 다시 국정 전면에 나서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왜 국민이 6개월이나 감내해야 하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나라가 앞으로 이렇게 갈 거라는 확실한 방향과 일정이다.
‘질서 있는 퇴진’이라 불리는 방안은 민주적 정의와 순조로운 정상화란 조건에 부합한다.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따라 물러나는 것이기에 정의롭고, 물러나는 때를 늦추니 국가를 정비하면서 새 지도자를 선출할 여유가 생긴다. 구체적 일정은 내년 6월을 하야 시점으로 잡아 수립하기를 권한다. 국가체제 정비에 개헌 논의가 빠질 수 없어 이 정도 기간은 불가피하다. 먼저 박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해 하야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총리와 거국내각을 국회가 추천해 구성하고, 내각이 국정을 추스르는 동안 국회는 권력구조 개편 등 새 지도자 선출을 준비해 하야와 함께 선거에 들어가는 절차가 합리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하다. 먼저 하야를 결심하지 않으면 이 질서는 성립될 수 없다. 상황을 반전시킬 지혜 대신 이 상황을 국가적 기회로 바꾸겠다는 용기를 찾아내기 바란다. 질서 있는 퇴진은 박 대통령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박 대통령 퇴진운동에 뛰어들었다. 세 야당이 모두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심을 보고 그렇게 한 것이다. 버티는 건 불가능한데 박 대통령은 그 길을 가려는 듯하다. 청와대는 “하야는 고려하지 않는다. 하야나 퇴진은 헌법정신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질서 있는 퇴진이란 방법론에 공감대가 형성된 이 기회를 놓친다면 물러나라는 함성은 더 거칠어질 것이다. 박 대통령의 애국심은 부정하지 않겠다. 더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서는 나라, 더 험악한 비난이 대통령을 겨냥하는 나라를 원하진 않으리라 믿는다. 질서 있는 퇴진에 협조하는 것,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애국이다.
[사설] 박 대통령, 질서 있는 퇴진에 협조하라
입력 2016-11-15 17:47 수정 2016-11-15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