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빨간색 고무장갑을 낀 한 여성 봉사회원이 노래를 시작했다. 곁에서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던 예닐곱 명의 봉사회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노래를 따라 불렀다. “잘한다”는 추임새와 함께 어디선가 “여기선 노래 잘해도 박수 못 받아. 양념이 튀어서 박수 못 치잖아”라는 우스갯소리가 이어졌다. 교회 행사장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15일 오전 서울 성동구 꽃재교회(김성복 목사)에서 김장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교회 성도들과 사랑의열매 회원 등 250여명이 교회 지하1층 강당에 마련된 행사장에 모여 2500 포기의 배추를 버무리며 김치를 담갔다. 배추는 전날 밤 9시 8t짜리 트럭에 실려 교회 마당에 도착했다. 성도들 60여명이 자정 넘도록 배추를 내리고 씻어 소금에 절였다. 성도들은 아삭거리고 단맛 나는 배추를 찾기 위해 충북 괴산까지 직접 내려갔다. 김치를 담그는 작업은 일사분란하게 진행됐다. ‘손맛’ 넘치는 아주머니들은 양념을 무치거나 배춧속을 채웠고 청년들은 배추를 옮기거나 김치를 상자에 담았다. 교회 부설 꽂재선교유치원 아이들 20명도 고사리 손을 보탰다.
이렇게 1000상자의 김치가 마련됐다. 꽃재교회 성도들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해달라며 성동구청에 김치를 위탁했다. 행사장에서 함께 김치를 버무리던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김치가 또 있나요”라며 웃었다. 김성복 목사는 “한국인은 김치 먹으면 힘이 나잖아요”라면서 “요즘 힘든 일이 많은데 우리가 만든 이 김치가 작지만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 어려운 이웃과 나눠먹어요
입력 2016-11-15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