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부동산 쇼핑’ 무슨 돈으로?

입력 2016-11-15 17:39 수정 2016-11-16 01:41
부영그룹이 지난 1월 사들인 서울 중구 삼성생명 사옥(오른쪽)과 부영그룹 본사 건물. 뉴시스

임대주택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부영그룹이 올해 들어서만 1조5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빌딩 매입에 나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매물로 나오는 대기업 사옥이나 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2조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이중근(75) 부영그룹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휩싸이면서 그의 ‘부동산 편식’도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월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을 575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8월에는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도 4390억원에 매입했다. 최근에는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인 ‘포스코E&C타워’를 3000억원에 사들였고, 지난달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소유의 경기도 남양주 종합촬영소를 1100억원에 매입했다. 강원도 태백 오투리조트(800억원), 제주도 더클래식 CC&리조트(380억원) KBS태백방송국 부지(133억원) 등을 포함해 올해 사들인 부동산만 1조5553억원에 달한다.

지난 5년간 부영은 10여건, 2조5000억여원에 달하는 랜드마크급 토지와 주택을 사들였다. 포스코건설, 삼성물산 등 다른 건설사가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 비교된다.

공격적인 부동산 쇼핑은 부영의 현금 동원력에 기인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영의 총 자산은 13조1073억원에 달한다.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만 5조4714억원에 이르고, 이 회장 자신도 2조원 넘는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기업 사옥을 3개나 샀지만 아직도 현금이 넉넉하게 남아있는 셈이다.

부영은 1983년 설립 후 30년간 민간 임대주택 사업을 거의 독점해 왔다. 주로 서민들이 사는 임대주택 사업은 일반분양과 달리 큰 이익을 얻긴 힘들지만 현금이 꾸준히 쌓이는 구조여서 안정적이다. 지난 1월 기준 전국 335개단지에서 약 26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한 부영은 하루에만 수십억원의 임대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은 5년·10년의 의무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전환 자금을 받고 분양하는 방식을 통해 또 다른 수익을 낸다. 이를 통해 부영은 민간기업 기준 재계 13위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임대주택 사업으로 큰돈을 번 부영은 뉴스테이(민간임대주택) 정책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빌딩 임대 등 신사업 개척을 위해 부동산을 집중 매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업 외에 골프장, 테마파크뿐 아니라 남양주 종합촬영소까지 사들이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강화하는 등 부동산 매입을 통한 문어발 확장을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부영의 거침없는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12월 부영이 국민주택 분양가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탈세한 의혹을 조사한 뒤 지난 4월 검찰에 이 회장을 고발했다. 사건은 검찰에 그대로 계류돼 있다.

부영은 최근 K스포츠재단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지난 2월 이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만나 재단에 70억∼80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대신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를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부영그룹 측은 “이 회장은 당시 가서 인사만 하고 나왔고, 세무조사 편의 얘기도 이 회장이 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어서 이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