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⑤] 장애 아들과 고된 삶… 오직 신앙이 버팀목

입력 2016-11-15 20:40 수정 2022-04-25 18:24
야콥 증후군을 앓고 있는 고민혁군(오른쪽)이 지난 10일 인천 부평구 자신의 집에서 엄마 최정연씨와 기도하며 미소 짓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민혁아. 엄마랑 같이 읽어볼까?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너은 내게 부유지주아.”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내가 네게 은다카게꼬.”

엄마는 장롱에 써 붙인 예레미야 33장 3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일곱살 아들과 입을 맞췄다. 분명치 않은 발음인데다 이따금 흐르는 침을 닦느라 성경 한 구절 읽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러나 엄마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식탁 위에 초콜릿 빵을 올려놓고 기도할 때는 두 사람의 깍지 낀 두 손이며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었다.

지난 10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엄마 최정연(가명, 31)씨와 아들 고민혁군의 모습은 세상 여느 모자(母子) 못지않게 행복해 보였다. 두 사람의 행복한 얼굴 이면엔 쓰린 아픔이 숨어 있다. 선천성 야콥 증후군을 앓고 있는 민혁이는 46개가 아닌 47개의 염색체를 갖고 태어났다. 남자 아이 1000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민혁이의 인지능력과 소근육 발달 성취도는 3∼4세 수준이에요. 지난해엔 언어장애 4급 진단을 받기도 했죠.”

최씨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라 인지치료 언어치료가 시급한데 형편이 어려워 충분히 치료받지 못해 엄마로서 미안할 따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민혁이는 어린이집을 다니며 소근육 발달을 위한 재활 및 감각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민혁이에겐 또래 친구들에겐 다 있는 ‘아빠’가 없다. 어려서부터 심한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며 가족을 힘들게 했던 아빠는 결국 지난해 이혼과 함께 모자 곁을 떠났다. 고난과 역경으로 채워졌던 7년은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고교 시절 교회 연극단원으로 무대에 오르며 연극배우의 꿈을 키웠을 만큼 활발했던 최씨는 남편의 폭력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공황장애 만성우울증 불면증이 생겨 매일 신경안정제를 챙겨 먹어야하는 상태다.

“정부 지원으로 1년 동안 심리치료를 받아 왔었는데 그마저도 지난달에 지원이 끊겼어요. 둘째 은미(4·여)도 (아빠의)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때문에 놀이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내 몸 챙기겠다고 아이들 치료를 멈출 순 없죠(눈물).”

두 아이를 키우며 우울증 치료를 받는 엄마에게 세상의 일자리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최씨가 어려서 부모를 여읜 탓에 도움이 필요할 때 아이들을 맡아 줄 외할아버지·외할머니도 없다. 최씨는 “기초생활 수급자 생계비와 장애수당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내년에 입학할 민혁이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학용품 마련할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오랜 기간 어두운 동굴을 지나오고 있는 것 같다”는 최씨에게 신앙은 한 줄기 빛이다. 말이 조금 느린 줄만 알았던 아들에게 야콥 증후군 진단이 내려지고 가장의 폭언과 폭력으로 식구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때에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삶을 지탱해 준 건 어렸을 적부터 꿋꿋하게 지켜온 믿음이었다. 바로 ‘하나님께선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주신다’는 믿음이다.

“아빠에 대한 나쁜 기억으로 힘들어하는 민혁이지만 최고의 아빠인 하나님을 만났으니 걱정 없어요. 밥 먹을 때마다 ‘하나님, 은미랑 엄마를 지켜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우리 아들 정말 최고죠.”

인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4회차 이재혁군 성금 보내주신 분 (단위: 원 / 2016.10.18∼11.13)

△임종진 50만 △최유미 박계인 이진동 각 10만 △정재순 이정은 남대권 김지천 황선연 각 5만 △주사랑 4만 △김덕수 김경희 임성욱 신영희 각 3만 △홍상선 월 3만 △정소이 2만8000 △박인도 양영희 송애일 정소이 각 2만 △정소이 오재수 김운영 윤이정 최재호 각 1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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