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실패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전지현은 본인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이민호 역시 자신의 전공분야인 로맨스를 펼친다. 이 조합을 성사시킨 이는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박지은 작가다. 또 한 번의 ‘전설’을 기대하는 반응이 무리는 아니다.
‘별그대’에 미남 외계인이 있었다면 ‘푸른 바다의 전설’에는 미녀 인어가 등장한다. 조선시대 야담집 ‘어우야담’에 기록된 인어 설화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는 어린 시절 어부에게 잡힌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민호)을 잊지 못해 사람이 된 인어(전지현)가 인간 세상에 좌충우돌 적응해나가는 이야기다.
판타지적인 설정이지만 최대한 현실감 있게 그리고자 했다는 게 연출을 맡은 진혁 PD의 말이다. 14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진 PD는 “바다에 살던 인어가 서울이라는 도시에 와서 인간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만들고자 했다”며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당연시 여기며 사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별그대’ 이후 3년 만에 박 작가와 재회한 전지현은 “작가님과 함께 작업한다는 것에 대한 큰 기대가 있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극 중 인어 심청 역을 맡은 그는 특유의 유쾌 발랄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의 대표작 ‘엽기적인 그녀’ ‘도둑들’이 떠오른다. ‘별그대’의 천송이와 닮아 보이기도 한다.
“(박 작가와) 다시 호흡을 맞춘다고 하니까 천송이 이상의 캐릭터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제가 넘어야할 벽이죠. 연기를 하면서도 항상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작가님도 마찬가지이실 거라 생각해요.”
부담감보다는 생소한 캐릭터를 만난 데 대한 설렘이 크다. 전지현은 “인어라는 설정이 굉장히 신선했다. 많은 걸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설레었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부분은 ‘별그대’ 때 기억이 있어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전지현에게는 출산 이후 첫 복귀작이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이지만 수중촬영 많은 이번 작품은 유독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고 했다. “다시는 이런 특정 직업에 국한된 캐릭터를 맡지 않겠다는 결심을 매일매일 하고 있습니다(웃음).”
인어와 사랑에 빠지는 멘사 출신 천재 사기꾼 허준재 역은 이민호가 연기한다. 준재는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현대판 의적(義賊) 같은 인물이다. 이민호는 “사기라는 단어가 자극적일 수 있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면 유쾌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정도의 에피소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부정이 판치는 현 세태를 반영한 듯한 부분도 나온다. 진 PD는 “요즘 같은 시국이 벌어지기 전에 나온 대본인데, 촬영분을 보면 (실제와) 겹치는 게 있어 저도 언뜻언뜻 놀란다”며 “그런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 빨리 오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16일 첫 방송되는 ‘푸른 바다의 전설’은 같은 날 방영을 시작하는 KBS 2TV ‘오 마이 금비’, MBC ‘역도요정 김복주’와 경쟁에 돌입한다. 전력상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세 작품 각각의 성격이 달라 결과를 속단하긴 어렵다. 진 PD는 “시청자들을 항상 무섭게 생각한다. 시청률에 대해선 감히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전지현x이민호 ‘푸른 바다의 전설’… ‘별그대’를 넘어라
입력 2016-11-16 00:00 수정 2016-11-16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