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선한 존재만으로도 훌륭해

입력 2016-11-15 17:49 수정 2016-11-15 17:51

해넘이 후 어둠이 살짝 드리운 한강의 야경이 운전 중에도 멋지게 눈에 들어온다. 강변북로변에 바짝 붙은 용산의 한 아파트에 살던 때가 있었다. 미세먼지 등으로 창문을 잘 열지 못하고 살았지만 아침저녁 모습이 다르고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한강을 보는 것을 참 좋아했다. 초록이 돋아난 공원에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 깔고 아이나 반려견과 함께 놀이 나온 사람들,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생기가 돋았다. 한여름 요트나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가을밤 불꽃축제, 화려한 유람선의 궤적을 거실에서 감상하는 호사도 누렸다.

하지만 늘 좋은 모습만 본 것은 아니다. 생을 마감하고자 차디찬 강물에 몸을 던진 이를 구조하고 인양하기 위해 헬기가 뜨고 경찰차와 구급차가 동원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는 한강이 누구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명소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그 곳을 삶의 마지막 장소로 택하는 삶의 교차지구이기도 하다.

내일이 수능일인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생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생긴다. 수년의 공부를 단 몇 시간에 평가해버리고 마는 모순투성이인 입시제도 때문에 생존을 부정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이 삶을 좌지우지하는 모든 것으로 체감되겠지만, 혹여 수능을 망치더라도 사형선고 받은 것처럼 그대로 무너질 필요는 절대 없다. 지금 우리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실패의 현장을 보고 있지 않은가.

늘 변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미리 결정지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삶은 불확실의 연속이지만 가능성의 열린 바다이기도 하므로 어려움이 있어도 중도포기 없이 끝까지 살아내야 한다. 성공을 위한 삶이 아닌 행복한 삶을 향해 노력하다보면 좋은 기회는 다시 찾아오고 언젠가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무엇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선한 존재라는 무한가치에 조금 더 보태지는 그 어떤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모두는 선한 존재만으로도 이미 훌륭하다.

글=김세원 (에세이스트),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