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했든 안 했든, 배우 김하늘(38)은 흔들림 없는 ‘멜로 퀸’이다. 결혼 이후 첫 복귀작 KBS 2TV ‘공항 가는 길’을 통해 여실히 증명했다. 수많은 멜로 작품을 거쳐왔음에도 그가 보여주는 감성은 매번 새롭다.
“그 인물을 정말 이해하고 사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하늘은 ‘여왕의 비결’을 살짝 공개했다. 그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많은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러면 이미지가 그려지거든요. 그 사람이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고, 어떻게 행동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인물 안에 정확하게 들어가서 최대한 진짜가 되려고 노력하죠.”
지난 10일 종영한 ‘공항 가는 길’에서 김하늘은 ‘최수아’라는 인물 그 자체였다. 12년 경력의 부사무장 승무원. 권위적인 남편(신성록)에 순종하는 아내. 초등생 딸(김환희)을 지극히 아끼는 엄마. 답답한 생활 중 찾아온 새 사랑(이상윤)에 흔들리는 여인. 결국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 나선 수아의 결심은 김하늘의 섬세한 연기로 인해 설득력을 얻었다.
“완전히 수아가 됐던 것 같아요. 초반 캐릭터를 잡아나갈 때부터 순수하게 접근하려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시청자 분들도 순수하게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요. 정말 감정이입이 되어서 연기하니까 보시는 분들도 공감이 됐나 봐요.”
방영 전에는 불륜 소재의 드라마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김하늘은 “작품이 지닌 힘을 믿었기에 출연을 망설이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캐릭터, 대사, 설정에 힘이 있었어요.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느낌들이 좋았죠.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도 다양했고요. 극을 끌고나가는 건 부담스러웠지만 배우로서 욕심이 났어요.”
김하늘은 “우리 드라마의 포인트는 현실성이다. 특히 워킹맘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현실적으로 풀어냈다”며 “기본적으로 ‘위로’와 ‘공감’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인간과 인간 사이의 태도에 다룬 부분이 좋았다”고 얘기했다.
“드라마로는 멜로를 굉장히 오랜만에 했어요. 사실 멜로 연기는 힘들 때가 많거든요. 집중이 안 되거나 몰입이 안 되면 되게 괴로워요. 그런데 수아를 연기하면서는 그런 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희열을 많이 느꼈어요. 완전히 집중해서 연기했다는 게 저에게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1996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김하늘은 ‘피아노’(SBS·2001) ‘로망스’(MBC·2002) ‘온에어’(SBS·2008) 등을 거치며 명실상부한 ‘멜로 퀸’에 등극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머쓱해하던 그는 “물론 제가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타이밍에 딱 맞는 작품들을 만났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다. 감사하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김하늘 “멜로퀸 비결이요? ‘진짜’가 되는 거죠” [인터뷰]
입력 2016-11-15 18:11 수정 2016-11-16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