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양자회담을 제안했다가 다른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반발하자 14시간도 되지 않아 철회하는 어이없는 일을 저질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이 마비되고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하야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1야당 대표가 무책임하게 처신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추 대표는 14일 오전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민의를 전달하겠다며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여야 대표 회담을 추진해 오던 청와대는 곧바로 15일 만나자고 수용했다. 청와대는 오후 들어 시간과 장소까지 확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추진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양자회담은 최순실 사태에 대해 야권공조를 해오던 국민의당, 정의당과 일절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두 당에서는 “야권분열로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해 보려는 청와대 술책이다” “지금은 각 당이, 각 대선 주자들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3당 대표들은 당초 이번 주 초에 만나 정국 수습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추 대표가 일언반구도 없이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해 성사시켜버린 것이다.
그의 독단적인 행보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오후에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청와대의 야권분열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는 성토가 터졌다. 문재인 전 대표도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을 정도였다.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국 수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결국 4시간 넘는 마라톤 의총 끝에 추 대표는 양자회담 제안을 스스로 거둬들여야만 했다. 추 대표의 갈지자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9월 취임하자마자 최고위원들과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다 당 안팎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추 대표의 어설픈 대통령과의 회담 추진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정 수습이 더욱 꼬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데 있다. 국민의당 등에서는 추 대표 행동을 놓고 민주당과 청와대 간 모종의 거래설까지 제기했다. 야3당 간 신뢰에 금이 간 것이다. 또 민주당은 의총에서 기존의 2선 후퇴에서 즉각 퇴진으로 당론을 변경하며 대통령의 퇴로를 사실상 막아버렸다.
추 대표가 갑작스레 야권공조를 이탈하려 한 배경이 개인적 공명심 때문인지, 정략적 차원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번 혼선에 대해 추 대표는 어떤 식으로든지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야3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들 주장에 다른 당이 맞출 것을 강요하지 말고 단일한 국정 수습 방안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그게 과반 야권을 만들어준 국민의 요구다.
[사설] 섣부른 양자회담 제안으로 정국 더 꼬이게 한 秋 대표
입력 2016-11-14 21:33 수정 2016-11-15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