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에 따른 대대적인 금융권 구조재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새 주주가 될 보험사와 증권사 등 7개 업체가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14일 사내방송을 통해 “2017년 금융지주체계를 재구축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간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예상돼온 금융지주사 복귀 추진을 민영화와 함께 공개적으로 선포한 셈이다.
현행법상 금융지주사로 우리은행이 탈바꿈하면 특별법이 적용돼 계열사 간 협력이 보다 자유로워진다. 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점주주들 역시 전환 필요성에 동의할 것이라 본다”고 예상했다.
우리은행은 과거 금융지주체제였지만 공적자금 투입 뒤 민영화 과정에서 계열사들을 차례로 분리 매각했고, 지금은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정도만 자회사로 남아 있다. 이 관계자는 “카드와 종합금융 등 위험자산인 계열사를 은행 아래 자회사로 두다보니 (금융사 평가 기준인) 자본비율이 낮아지는 등 실제보다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다”면서 “지주사 전환으로 이를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기존의 신한·KB·하나·농협의 4대 금융지주사 체계는 재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선수단 구성이 돼야 하지 않느냐”면서 “지금으로서는 나와 있는 매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대상 후보로는 현재 매물로 나온 하이투자증권이나 ING생명·KDB생명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당장 매물이 있는 보험시장에서도 2021년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이 예정돼 자본 확충에 부담이 있는 만큼 인수·합병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은행장 선임 절차 등 일정이 많아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일년 내내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참여한 과점주주 7개 업체도 각자 노리는 바가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은행업을 제외한 증권·신탁·자산운용·저축은행·캐피털 등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우리은행과의 협업을 발판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50% 넘는 지분을 확보한 인터넷전문은행 한국카카오뱅크가 연내 본인가를 받으면 은행 중심 지주회사 전환도 시도할 전망이다. 경영권 참여 의사 없이 우리은행 지분 매입에 동참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6개월 뒤 빠져나갈 경우 지분을 추가 매입해 실질적 최대주주로 나설 것이란 설도 나온다.
한화생명 역시 금융지주사 전환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한화손보 지분을 대량 매입한 데 이어 한화생명 중심의 그룹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은 현재 한화자산운용과 한화손해사정, 한화금융에셋을 자회사로 둬 그룹 내 금융사 최대주주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지주사 전환을 준비할 만한 요인이 없다”고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5개 업체들은 우리은행 경영권 행사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권이 적어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기획] 우리은행發 금융권 변화가 몰려온다
입력 2016-11-15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