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로 끝난 秋 ‘단독 플레이’

입력 2016-11-14 18:29 수정 2016-11-15 00:26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새벽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했던 추 대표는 당내 반발에 부딪혀 결국 오후 늦게 회담 제안을 철회했다. 김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갑자기 제안하면서 당은 하루 종일 우왕좌왕했다. 추 대표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갑작스러운 영수회담의 부적절성, 심지어 해묵은 당내 계파 논란까지 다시 불거졌다. 추 대표는 결국 당내 반발의 벽을 넘지 못하고 14시간 만에 제안을 철회했다.

추 대표는 오전 6시30분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인 자신의 양자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예상치 못했던 카드였다. 하지만 추 대표의 ‘승부수’는 오전부터 흔들렸다.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대부분은 언론 보도나 사전 최고위회의에서 영수회담 제안 사실을 알게 됐다. 당내 공론화는 물론 지도부 공식 논의조차 생략한 추 대표의 결정에 지도부 인사들은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가”를 놓고 수군거렸다. ‘최순실 특검’ 여야 협상을 앞두고 있던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추 대표가)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추 대표와 가까운 친문(친문재인) 그룹과 특보단을 지목하면서 해묵은 계파 갈등 재연 조짐을 보였다. 비주류 중진인 강창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친문 라인 몇몇이 잔머리 굴려 작품을 만들어냈구먼”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 진영은 “사전협의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아이디어 제공자로 지목됐던 한 친문 의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며 “그럴 만한 실세도 아닌데 오해를 받아 답답하다”고 해명했다. 김민석 특보단장도 “어제 추 대표와 영수회담과 관련해 의논하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추 대표는 전날 최고위·중진의원 연석회의 이후 지도부와 추가 논의 없이 영수회담 제안을 결정했다. 연석회의에서는 3∼4명의 중진의원이 영수회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젯밤 10시30분쯤 추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같이 말씀드리는 등 충분히 제 의견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중진의원 일부와 오찬회동을 갖고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참석자 상당수는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우려에 우 원내대표는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이날 오후 4시로 앞당겼다.

의원총회에서는 추 대표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영수회담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당내 의견수렴 미흡 등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부 강경 성향 의원은 ‘추미애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임시 지도부’ 구성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주류 의원은 “지난 9월 ‘전두환 예방’ 사건에 이어 벌써 ‘투 스트라이크’ 상태”라며 “한 번만 더 삐끗하면 비대위 구성 요구가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