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기하성 “하나님과 국민 앞에 회개합니다”

입력 2016-11-14 21:24
예장통합이 14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개최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에서 총회임원과 전 총회장, 노회임원 등 참석자들이 손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이성희 목사)은 14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연동교회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갖고 예언자·위로자로서 역할하지 못했음을 회개했다.

‘현대교회의 기능과 하나님의 영광’을 제목으로 설교한 이성희 총회장은 “평소에 기도하지 않고 이런 시국이 돼서야 기도하려 모인 것이 하나님과 국민들 앞에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예수님의 시대에도 본질에서 어긋난 영을 전하는 이들이 있었다. 청와대로부터 불거진 이번 사건 역시 악한 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독교가 건강한 영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사회는 바람직하지 못한 영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총회장은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성도들은 이 말씀을 내재화하는 동시에 봉사와 전도 등을 통해 믿지 않는 이들에게 전해야 한다”며 “이 기능을 상실하면 교회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때 성령의 불이 모든 악한 세력을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주의 구원의 즐거움을 내게 회복시켜 주시고 자원하는 심령을 주사 나를 붙드소서. 그리하면 내가 범죄자에게 주의 도를 가르치리니 죄인들이 주께 돌아오리라(시 51:12∼13)’는 구절을 읽은 뒤 국정이 무너지는 것을 알지 못했던 스스로의 아둔함과 무지에 대해 회개했다. 또 한국교회가 예언자적 역할을 못한 것과 분열을 거듭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기도를 드렸다. 현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하고, 사회 각계 지도자들이 마음을 모아 난국을 수습할 수 있도록 간구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순복음(총회장 이영훈 목사)도 이날 경북 경주 대명리조트에서 제4회 정기실행위원회를 열고 참회와 회개의 뜻을 담은 시국성명서를 채택했다.

기하성은 이날 성명에서 “한국교회가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해 권력 앞에서 침묵하고 예언자적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해 이 같은 일이 생겨나게 된 것에 대해 통회자복하며, 하나님과 국민 앞에 참회하고 모든 잘못을 회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국론분열과 혼란이 계속돼선 안 된다”며 “대통령은 마음을 비우고 겸허히 국민의 뜻을 수용해 모든 것을 내려 놓으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 안정을 위해 책임 총리제를 실시하며 거국내각 구성에 대한 여야의 뜻을 반영해 공백 없는 국정수행이 이루어지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헌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하성은 “대한민국 건립 이래 대통령제의 권력 집중구조로 인해 비리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이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여야는 뜻을 모아 국회 주도하에 헌법을 개정하라”고 주장했다.

이사야 기자, 경주=전병선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