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車 전장사업 ‘통큰 승부수’… 사상 최대 9조 베팅

입력 2016-11-14 17:46 수정 2016-11-15 00:33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 달러(약 9조4000억원)를 투자해 하만을 인수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이재용 (사진)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본격 육성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미국에서 직접 하만 M&A 최종 단계를 조율하고 14일 열린 이사회에도 참석하는 등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등기이사 선임 이후 본격적인 책임경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하만 인수는 전장사업이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올랐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각각 10%의 점유율로 2위이며,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는 24%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만 인수로 삼성전자는 전장사업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 왔다. 삼성전자는 5G 통신기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 미래 자동차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하만 인수로 커넥티드카에 탑재되는 각종 기술과 장치를 확보함에 따라 전장사업 분야에서 전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또 하만이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AKG, 바우어앤윌킨스(B&Q) 등 고급 오디오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오디오 관련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만이 보유한 사업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전자의 IT, 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이 결합해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거액을 들여 전장사업 강화에 나선 만큼 연말 조직개편에서 전장사업팀이 확대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매출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장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 실적 개선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만은 시드니 하만과 버나드 카돈의 성을 따서 만든 하만카돈에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5000달러를 투자해 회사를 세우고 “돈이 아닌 즐거움을 위한다”는 철학으로 오디오 사업을 키웠다. 하만은 1976년 지미 카터와 인연을 맺으며 정계에 입문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정치를 그만두고 경영에 복귀해 카오디오와 전장사업으로 사업을 확대해 회사를 키웠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