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의 줄리엣은 어떤 모습일까

입력 2016-11-15 18:11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왼쪽)과 문근영. 샘컴퍼니 제공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 유명해서 누구나 잘 안다고 여기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 속 대사가 사랑의 감정을 얼마나 농밀하게 담아내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원수지간인 가문에서 태어난 남녀가 비극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에만 익숙할 뿐이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다음 달 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작이 가진 깊이를 얼마나 구현했을지 관심을 모으는 연극이다. 눈길을 끄는 건 배우 문근영이 줄리엣을 연기한다는 점. 문근영은 14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하지만 선배님들과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줄리엣을 연기할 수 있게 돼 영광이에요. 원작이 가진 ‘언어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문어체의 시(詩) 같은 문장이 많은 작품인데,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대사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까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사들을 통해 줄리엣이 가진 매력을 전달하고 싶어요.”

1987년생인 문근영은 아직 20대이지만 연기 경력은 중견 배우 못지않다.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해 드라마 ‘가을동화’(2000) ‘명성황후’(2001), 영화 ‘장화, 홍련’(2003) ‘어린 신부’(2004)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클로저’(2010) 이후 6년 만이다.

문근영은 “6년 전 도전한 연극 무대는 나에게 자극을 주었다”며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줄리엣이 발코니에서 속마음을 드러냈다가 로미오에게 들키는 장면,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로미오와 사랑의 맹세를 주고받는 장면 등이 굉장히 아름답게 그려진다”면서 “이런 아름다움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로미오 역에는 영화 ‘동주’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박정민이 캐스팅됐다. 박정민은 “내가 로미오를 연기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웃었다. 그는 “책에서 봤던 로미오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인물 같았다. 로미오를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싶다”고 했다.

연출은 ‘햄릿’ ‘한 여름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선보인 적 있는 양정웅이 맡았다. 양정웅은 “과거에 셰익스피어 작품을 재해석할 때는 각색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원작에 충실한 연극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1월 15일까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