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도 불안한 EU… 동유럽 친러 정권교체 러시

입력 2016-11-14 19:03

옛 소련 위성국이었던 불가리아와 몰도바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다시 강화될 조짐이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간) 치러진 불가리아 대선 결선투표 결과 친러시아 성향인 무소속 루멘 라데프(53) 후보가 득표율 59%로 체츠카 차체바(58) 집권 유럽발전시민당(GERB)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몰도바에서 치러진 대선 2차 투표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조했던 사회주의자당 이고리 도돈(41)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었다. 친러 후보 쪽으로 민심이 쏠린 만큼 향후 국정 방향이 유럽연합(EU) 굴레를 벗어나 러시아 쪽으로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 ‘정치 아웃사이더’라 불렸던 라데프는 러시아와의 관계 정립을 주장하며 사회당을 등에 업고 대선에 출마했다. 유세 때 크림반도 병합 후 러시아에 부과된 서방의 경제 제재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데프의 승리에 친유럽 성향인 GERB 소속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는 사임했다. 도돈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를 되살리고 2014년 EU와 체결한 협정을 무효화하겠다고 공약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불가리아와 몰도바는 동구권 8개국 안보를 관할했던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으로 활동하다 소련 붕괴 후 전략적으로 EU와 접점을 늘렸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를 겪으며 역사적 의존도가 높았던 러시아와의 협력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공급하면서 이 지역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꾸준한 구애가 성과로 나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유럽 성향인 현 정권의 무능과 부패 행각도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겼다.

지난달 몰도바 공공정책의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푸틴을 신뢰하는 사람은 전체의 66.6%였던 반면 EU 수장 역할을 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8.3%에 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련 붕괴 후 동유럽을 재편했던 EU 체제에 틈이 벌어지고 있다”며 두 국가와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 EU 블록 재정의를 주장하는 폴란드와 헝가리 정부 등을 언급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