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주려… 회유하려… 최순실 사단, 툭하면 “세무조사”

입력 2016-11-15 00:02

‘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이 세무조사 카드를 휘두르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국세청은 외부에 압력을 넣기 위한 세무조사는 있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협박용’으로 세무조사 카드를 처음 내민 것은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로 보인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2위에 그치자 당시 경기 심판들은 부정심사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씨의 점수에 이의를 제기한 김모 선수 아버지에 대한 압박용 세무조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선수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는 같은 해 5월 세무조사를 받았다. 압박을 느낀 김 선수의 아버지는 더 이상 항의할 수 없었다고 안 의원은 덧붙였다.

최씨 최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라고 불린 차은택씨도 세무조사를 무기로 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차씨의 측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지난해 6월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한 C사 대표에게 지분 80%를 넘기지 않으면 회사는 물론 광고주까지 세무조사 받도록 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최씨의 ‘단골 병원’인 서울 강남 A성형외과와 관련된 특혜 의혹에는 세무조사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A성형외과와 특허권 분쟁을 벌이던 중소업체는 지난해 10월 세무조사를 받았다. A성형외과의 중동 진출을 컨설팅한 업체의 대표는 사업이 무산된 뒤 회사는 물론 자신의 친인척까지 ‘보복 세무조사’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당근’으로 세무조사를 거론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K스포츠재단 회의록에 따르면 재단 관계자는 지난 2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재단 관계자는 70억∼80억원 출연을 제의했고, 부영 측은 대가로 세무조사 무마를 논의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무기인 세무조사를 협박·보복·회유용으로 다양하게 휘두른 것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14일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는 대기업도 두려워한다”면서 “국세청이 작정하고 나서면 꼬투리 안 잡힐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기업의 세무조사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설사 의혹이 제기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가 있었더라도 조사를 할 만하니까 한 것이지 외압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