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트럼프, 中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위안화 절상 땐 韓, 美 시장 경쟁력 ↑… 對中 수출은 빨간불

입력 2016-11-14 19:23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노믹스’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에 들이댈 첫 칼날은 환율조작국 지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일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중 양국 간 경제·통상전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정이 현실화할 경우 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김극수 원장은 14일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위안화 절상 등은 다양한 변수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 우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이 중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만만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철 무역통상본부장은 “트럼프의 성향을 볼 때 직접 맞서지 우회 전략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은 1988년부터 6개월마다 내놓는 반기별 환율 보고서에 따라 환율 조작 행위에 대해 구두 경고나 시정보고서 발표 등 간접적인 제재를 해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환율의 ‘슈퍼 301조’로 불리는 베넷-해치-카퍼(BHC)법 발효를 적용하기로 했다. BHC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통상과 투자 부문에서 직접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이 타깃으로 삼은 건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 독일이다. 다행히 지난 4월 미 재무부는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 나라들을 감시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중국 정부와 ‘제2의 플라자 합의’를 끌어내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한국 수출은 다양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우선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미국 전체 경제에서 수입의 약 90%를 차지하는 중국산은 저가 시장에서 재미를 봤지만 위안화 절상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위험 요소다. 현재 한국의 전체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이상이다. 특히 중국 수출의 70% 이상은 반도체, 부품 등 중간재다. 중국에서 2차 가공을 한 뒤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구조라 미·중 간 환율전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 수출은 지난 7월까지 19개월 마이너스를 이어가다가 8월 반짝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WTO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은 세계 6위에서 8위로 하락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