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경북 구미시에서 14일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기념식(숭모제)은 예년보다 참석 인원이 크게 줄고 행사장 곳곳에서 ‘박근혜 퇴진’ 시위가 벌어지는 등 순탄치 못했다.
구미시가 주최하고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상모사곡동 박 전 대통령 생가 등지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관용 경북지사, 남유진 구미시장, 새누리당 백승주 장석춘 의원,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여했다. 2000명 정도가 참석한 지난해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이다.
행사장 외곽에서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소규모 시위가 잇따라 행사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한 40대 여성이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다른 곳에서도 아이를 업고 나온 30대 여성, 40대 남성 등의 1인 시위가 잇따랐다. 노동단체 관계자 5명도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행사 참석자들은 거친 말을 쏟아내며 시위자들을 폭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가 부상을 당하고 피켓이 부러지는 상황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폭행을 당한 시위자 중 일부는 가해자들을 경찰에 고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주최 측은 원래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구미=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썰렁한 ‘박정희 탄생 99주년 행사’
입력 2016-11-14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