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5)는 한 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그런데 평범했다. 시속 150㎞가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가 수두룩했다. 그래서 2011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그 때 새 야구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선택했던 곳이 한국 프로야구 두산이었다.
두산에서 니퍼트는 곧바로 제1선발이 됐다. 203㎝라는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속구와 슬라이더가 한국에선 곧잘 통했다. 다만 상과 인연이 없었다. KBO리그에 데뷔한 후 올해까지 6년 동안 개인 타이틀을 단 한 개도 따내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새롭게 야구생활을 한 한국이 좋았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까지 하며 ‘니서방’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두산에서 은퇴하겠다는 결심까지 했다.
결국 니퍼트가 ‘무관의 제왕’이라는 한(恨)을 풀고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니퍼트는 14일 서울 강남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 출입기자단 투표에서 816점 만점에 642점을 받아 2위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530점)를 제치고 MVP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니퍼트는 타이론 우즈(1998년) 다니엘 리오스(2007년) 에릭 테임즈(2015)에 이어 역대 4번째 외국인 선수 MVP가 됐다.
니퍼트는 아내와 함께 시상식을 찾았다. 마운드에서 누구보다도 냉철한 표정을 짓던 그는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니퍼트는 “지금 어떤 느낌인지 헷갈린다. 이 자리에 올라온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좋아하는 야구를 하면서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올해 니퍼트의 활약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역대급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도드라졌다. 그는 정규시즌 28경기에서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부문 3관왕까지 거머쥐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의 1선발로 8이닝 무실점 승리를 챙기며 ‘판타스틱4’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1차전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한 두산은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각종 기록도 모조리 바꿨다. 2014년 앤디 밴헤켄(넥센)에 이어 2년 만에 20승 고지를 밟았다. 역대 최소경기(25경기), 최고령(35세 4개월 7일) 20승 기록도 경신했다. 2007년 두산에서 활약했던 리오스의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22승)까지 써냈다.
생애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신인상은 ‘중고신인’ 신재영(27·넥센)에게 돌아갔다. 신재영은 지난 5년간 무명의 설움을 딛고 올해 처음 1군 무대에 섰다. 정규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5승 7패 평균자책점 3.90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저 때문에 항상 고생하신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다. 효도하겠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아쉽게 MVP를 놓친 최형우는 KBO 타율상 타점상 안타상 등 3관왕에 오르며 아쉬움을 달랬다. 홈런왕은 나란히 40개의 홈런을 친 테임즈와 최정(SK)이 차지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2016 프로야구 시상식, 니서방이 최고래!
입력 2016-11-14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