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5일 양자회담을 갖는다. 추 대표가 14일 오전 먼저 제의했고 청와대가 수용해 성사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이 마비되고,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하야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첫 회담이다.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난다고 해도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12일 ‘100만 촛불민심’을 광화문에서 직접 확인한 추 대표는 대통령의 퇴진을 최후통첩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그제 당 회의에서 “대통령이 빨리 하야하는 것이 정국의 수습”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주면 헌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대통령이 총리 권한을 보장하겠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회담은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양자회담이 빈손으로 끝날 경우 대통령은 퇴로마저 막혀 벼랑 끝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본인이 관여하는 수습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질서 있는 퇴진’이 현재로선 이 나라와 국민에게 충격을 가장 덜 주는 수습책이다. 당장 하야는 아니더라도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국정에서 물러나는 절차가 회담에서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박 대통령과 추 대표의 양자회담 개최에 대해 다른 야당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3당 대표가 이번 주 초에 만나 수습안을 협의하기로 한 상황에서 추 대표가 국민의당, 정의당에 알리지 않고 대통령과의 회담을 불쑥 제안했기 때문이다. 당장 두 당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연장해 보려는 술책이다” “지금은 각 당이, 각 대선주자들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할 때가 아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 민주당의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청와대의 야권분열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는 성토가 터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설령 박 대통령과 추 대표가 어떤 합의를 도출한다고 해도 정치권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은 수습방안을 놓고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하다 여당이 수용하자 김병준 총리 내정자 철회를 주장했고, 박 대통령이 받아들인 직후에는 2선 후퇴를 걸어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다른 야당에선 새 조건을 덧붙이며 야3당 공동보조를 취해오던 민주당이 갑작스레 이탈한 속내를 모르겠다며 청와대와의 모종의 거래설까지 나오고 있다. 행여 국가적 위기 와중에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거나, 특정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회담을 제의한 것이라면 민주당 역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사설] 朴秋 회담에서 정국 수습의 단초 마련하길
입력 2016-11-14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