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엘시티 게이트 ‘자물통 입’ 열렸다… 비자금 조성·인허가 특혜 일부 시인

입력 2016-11-14 17:56 수정 2016-11-14 20:54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거시설인 엘시티(LCT) 사업과정에서 대출금 일부를 빼돌려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인허가 특혜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된 시행사 이영복(66) 회장이 검찰조사에서 일부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이 회장이 과거 부산 다대·만덕 사업 당시 입이 무겁기로 소문이 나면서 이번 조사도 어려움이 예상됐으나 비자금 조성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시인하고 인허가 과정에 대해서도 잘못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자금 사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나 인허가 과정의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심경 변화를 보이며 일부 진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회장이 로비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관련 리스트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이 계좌추적 등 결정적 로비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해 이 회장을 압박하자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내 일선 공무원을 시작으로 로비의 대상이 된 고위직 공무원 등 줄소환이 예상된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규모와 사용처, 정·관계 로비·특혜의혹,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최순실 게이트 연관성, 인허가 과정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16개 금융권으로 구성된 대주단이 지난해 9월 1조780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약정을 체결하고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협의를 거쳐 엘시티에 지원한 자금 규모를 집중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엘시티 자금담당 임원 박모(53·구속)씨로부터 허위 용역계약과 근무조작 등으로 520억원을 빼돌린 사실과 설계회사 대표 손모(64·구속)씨로부터 설계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125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각각 밝혀냈다.

검찰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이 정·관계와 인허가 과정에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주단 16개 금융기관과 부산시,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 법무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는 당초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을 경제성이 없다는 시행사 말에 도시계획과 사업계획을 변경해가며 주거시설 허가와 층수 제한도 풀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저가로 부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자 선정과정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운대구는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교통영향평가를 단 1차례만 실시했으며, 법무부는 공공 사업장인 동부산관광단지 외에 민간 사업장인 엘시티에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적용한 것은 특혜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각종 인허가와 부동산 투자이민제 지정 등에 최순실(60)씨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최씨가 가입한 강남 계모임 계원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최씨 관련 의혹은 현재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속도에 맞춰 진행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산 지역에서 ‘자물쇠 입’으로 통하며 “믿을 만한 사람이니 돈을 받아도 뒤탈이 없다”는 말이 돌기도 했던 이 회장에 대해 이번에는 반드시 비리의 전모를 밝히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부산=윤봉학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