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조사에 ‘우병우 사단’ 배제해야

입력 2016-11-14 19:31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했다. 검찰은 16일쯤 박 대통령을 직접 대면 조사키로 했다. 참고인 신분이지만 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법상 내란·외환죄가 아니면 형사소추가 되지 않는 현직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할 것이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생각하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어렵다.

검찰의 박 대통령 조사는 최순실 게이트의 분수령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정국 향방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조사가 그 어느 때보다 엄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검찰 처신은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수사시기를 놓치는 등 한마디로 수사의 기본도 지키지 않는 엉터리였다. 마지못해 언론 보도를 따라가는 뒷북 수사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사정 관계자들은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검찰을 장악하고 있는 한 ‘예정된 결과’라고 단언했다. 이들을 교체하지 않고서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 수사는 물론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역시 핵심을 비켜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의혹이 집중된 몇몇 인사는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

검찰은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 운집한 100만 국민의 함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날의 외침은 대통령을 향한 것이었지만 언제든지 검찰을 겨냥하는 칼날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사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내용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한 대통령의 개입 정도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형사 피의자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공무상 기밀 누설, 직권남용, 뇌물죄 또는 제3자 뇌물죄 등 거론되는 피의 죄명이 한두 건이 아니다. 이미 대략적인 팩트는 거의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검찰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려 하다가는 뒷감당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은 헌정 문란의 핵심에 대통령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진실을 규명해야겠다. 그것이 조직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