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계 투자자들이 대체로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는 것과 달리 공연계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원금보장’을 요구한다. 한마디로 공연 제작사에게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기는 방식이다.
공연계에서는 이런 원금보장 투자는 사실상 사채와 다를 바 없다며 불만스러워한다. 투자자들도 할 말은 있다. 공연계의 경우 합리적 투자를 위한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가 너무 부족한데다 자금 흐름이 불투명해서 리스크를 떠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신력 있는 통계는 산업의 근간이다. 영화계의 경우 2004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가 제공하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을 통해 관객 수와 입장 수익 등 모든 정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시작 단계에는 극장의 68%만 통합전산망에 가입돼 있었지만 2007년 90%를 넘어섰고, 2009년에는 99%로 대부분의 극장이 통계에 잡히게 됐다. 이런 박스오피스가 영화 시장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연계에서도 머지 않은 시기에 투명성이 확보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0일 엔에이치엔(NHN)티켓링크, 예스24,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클립서비스주식회사, ㈜하나투어 등 주요 예매처 6곳과 공연전산망 연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정보 부족과 회계의 불투명성을 지적할 일은 사라질 전망이다.
공연전산망 운영 주관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협약식을 계기로 이들 예매처와 시스템을 연계한 뒤 테스트를 마치는대로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공연법 개정을 통해 내년 상반기부터는 공연시장 온라인 예매 정보의 90%까지 수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연전산망 구축 사업은 극장, 제작사, 판매 대행사 등에 분산되어 있는 공연티켓 예매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산업적 발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국내 최대 티켓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가 나서지 않는 등 지지부진했었다.
앞으로도 수많은 공연 기획 및 제작사들로부터 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한편 이번에 빠진 대중음악 분야를 추가해야 하는 등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협약식으로 공연전산망 구축을 위한 8부 능선은 넘어섰다.
영화계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영화전산망처럼 공연전산망이 공연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공연계 ‘원금보장 투자’ 사라질까
입력 2016-11-15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