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재래시장들이 잇따라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릴 적 재래시장을 찾았던 40∼50대 기성세대의 추억을 자극하고 정열적인 청년상인들을 끌어들여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한 성과다.
광주광역시는 “18일 정식 개장하는 남광주 밤기차 야시장에 시민들과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달 28·29일 이틀간 첫 임시개장한 이후 11·12일로 3번째 금·토 개장일을 맞은 밤기차 야시장이 1만여 명의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사진 참조)
지난해 7월 행정자치부 야시장 공모사업에 선정돼 10억원의 국·시비를 지원받은 밤기차 시장은 1960∼80년대의 아스라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볼거리와 낙지, 꼬막, 생선 등 수산물을 특화한 이색 먹거리로 발길을 붙잡는다.
양림동근대역사문화마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푸른길 등 주변 관광자원도 시장상인들의 인심만큼 풍부하다. 시장 입구에 설치된 기차터널 형태의 상가와 기차를 본 딴 이동식 매대, 아케이드 천정에 매달린 달·별자리를 형상화한 각종 장식(미디어아트)들은 경전선 폐선에 따라 지난 2000년 사라진 옛 남광주역의 낭만이 고스란히 스민 풍경이다.
그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송정역시장과 무등시장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 4월 재개장한 광주송정역 앞 ‘1913 송정역시장’은 전국적 유명세를 타고 있다.
송정역이 탄생한 1913년에서 이름을 따왔다. 수도권에서 KTX로 불과 1시간30여분 만에 도착한 젊은이들은 팥과 설탕이 주재료이던 양갱에 파인애플·망고 등의 현대적 미각을 더한 ‘갱 소년’과 달콤하고 아삭한 ‘또아식빵’의 새로운 맛에 열광하고 있다.
1960년부터 3대째 내려온 ‘영명국밥’과 세계 각국 라면을 맛볼 수 있는 ‘한끼 라면’, 수제맥주 전문점 ‘밀밭양조장’ 등도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필수코스가 됐다.
지난해까지 파리만 날리던 이 시장은 KTX가 개통된 광주송정역에서 도보로 3분 걸리는 지리적 장점을 살려 불과 6개월 만에 ‘제2대합실’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성업 중이다. 재개장 당시 53개이던 점포는 현재 65개로 늘었다.
앞서 대인시장은 2013년∼2015년 추진된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덕분에 매주 토요일 예술야시장을 열어 문화·예술 특화시장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150여명의 청년상인 등이 수공예품 등을 골고루 판매하고 활기 넘치는 문화공연을 펼쳐 방문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월산동 ‘무등시장’도 옛 전통과 청년의 상생을 통해 명성을 되찾고 있다. 이 시장은 평균 나이 27세인 10명의 청년상인들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호남지역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양동시장 역시 지난 5일 7개 상인회 소속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양동시장 맥주축제-양동칠맥파티’를 처음 개최했다. 상인들은 단 돈 1만원으로 방문객들이 국산·수입 맥주를 무제한으로 즐기며 양동시장의 7가지 매력을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젊은 상인들이 우리 삶의 뿌리인 재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기존 상인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 시장상인연합회 임승우 회장은 “정과 인심으로 가득 찬 남도시장의 정취를 흠뻑 맛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뉴스파일] 광주지역 재래시장 살아났다
입력 2016-11-14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