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혁] ‘사막의 기적’ 바라카 원전

입력 2016-11-14 17:36

사막의 땅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 떨어진 바라카. 2009년 한전은 이곳에서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수주라는 쾌거를 이뤘다. 7년이 흐른 지난달 20일 이 원전의 투자사업 계약이라는 또 하나의 성과를 올렸다. 바라카 지역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전(APR1400) 4기를 운영하고 총 2480TWh의 전력(180만 가구가 60년간 쓸 수 있는 양)을 생산해 공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한전은 이 사업을 위한 사업법인과 운영법인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고, 지분에 따른 매출과 배당수익을 60년간 얻게 된다. 우리 자녀세대와 손자세대가 꾸준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발전소의 운영 및 정비 분야 그리고 기타 부대계약을 통해 한전 자회사인 한수원과 한전KPS 등의 인력이 연간 1000여명씩 참여해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발전소 건설에 그치지 않고 그 운영과 재원조달까지 세계 원전 시장에서 독보적인 토털 패키지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UAE는 걸프지역 최초의 대형 상용 원전 도입국이다. 원전 사업은 다른 인프라와 달리 수많은 기반 여건이 조성돼야 가능하다. 대규모 발전량을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 구축, 적시에 조달할 수 있는 기자재 공급망 확보, 까다로운 국제 기준과 인허가를 취급하는 규제기관 설립, 최신 기술이 집약된 원전을 운영할 전문인력 양성 그리고 초기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재원조달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통상 EPC를 수행하는 회사가 다시 지분을 투자해 사업주의 위치로 가는 것은 흔치 않다. 하지만 원전 경험이나 인프라가 없는 UAE는 한전의 운영사업 참여를 강력히 요청했다. 지난 7년간 국내외 전문인력, 기관과 함께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UAE에 원전 인프라를 구축하며 운영을 준비해 왔다. 이번 계약 성사는 UAE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다시 한 번 우리의 능력과 신뢰를 높이 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재원조달과 협상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아부다비 정부, 에미리트원자력공사, 전력구매계약 당사자의 끊임없는 계약조건 변경 요구로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고 사업이 무산될 위기까지 겪었다. 그래서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고, 5월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한-UAE 경제공동위원회’에서 올해 안에 사업계약과 금융계약 체결에 합의한다는 원칙을 이끌어내면서 급물살을 탔다.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조건 내에서 ‘수익률 최적화’ 전략을 구사했고, 이로써 경제성 있는 지분투자 계약과 적기의 금융종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25조원의 사업비를 조달하게 됐다. 향후 세계 원전 프로젝트 금융조달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제2, 제3의 해외 원전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기반과 유럽, 아프리카까지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세계 원전시장에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 능력을 입증하고 한전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단기적 이익보다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한국이 40년여간 쌓아온 경험과 기술, 노하우뿐 아니라 한강의 기적을 이룬 열정까지도 UAE 바라카 원전에 쏟아부었다. 우리는 UAE 국민과 그들의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명품 원전을 약속했으며, 지금도 한발씩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바라카 원전은 머지않아 세계가 주목하고,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넘버원 프로젝트로 자리 잡아 ‘사막의 기적’이 이뤄질 거라고 기대한다.

박종혁 한국전력공사 원전수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