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도 NBA급 개인기… “기분만큼은 르브론 제임스!”

입력 2016-11-15 04:01
스킬 트레이닝 교실 '더 코트'의 여성회원 김보성(왼쪽)씨가 9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내 보조경기장 농구 코트에서 드리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또다른 회원 김장타씨가 연습용 조형물 사이로 스텝을 밟은 뒤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 박구인 기자
김승현 코치가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내 보조경기장 농구 코트에서 초등학생 어린이 회원의 슛 자세를 교정하고 있다. 더 코트 제공
스킬 트레이닝 교실 '더 코트' 회원들이 자유투를 던지며 저녁 운동을 마무리 하고 있다. 박구인 기자
지난 9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내 보조경기장 농구 코트. 늦은 시간이었지만 퇴근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직장인들이 농구공을 각자 하나씩 챙겨들고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은 스트레칭으로 간단히 몸을 푼 뒤 코치들의 지도에 따라 다양한 농구 기술들을 습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같은 동작을 수차례 반복하며 조금씩 몸에 익혀나갔다.

일반 동호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구시합을 하는 게 아니었다. 가장 기초적인 기본기부터 시작해 실전 경기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을 차례로 터득해나가는 이른바 ‘스킬 트레이닝’ 과정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스킬 트레이닝 전성시대가 열렸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의 전유물 정도쯤으로 여겨졌던 스킬 트레이닝은 3∼4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농구를 직업으로 삼는 프로선수들, 또는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아마추어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곤 했다.

지금은 다르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는 물론이고, 남녀 농구 동호인, 40∼50대 중년 등 다양한 연령층의 생활체육 농구인들이 스킬 트레이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장충체육관 내 스킬 트레이닝 교실 ‘더 코트’에는 현재 200여명의 회원들이 농구 기술을 배우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회원들의 요구로 인해 강습은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다양한 시간대를 통해 이뤄진다. 스킬 트레이닝으로 아침을 열고, 하루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회사원 김장타(26)씨는 퇴근 후 스킬 트레이닝 교실을 찾는다. 회사 농구 동아리에 소속된 김씨는 일주일에 세 번 농구를 하는데도 스킬 트레이닝 교실에서 따로 운동을 한다. 그는 “농구 기본기가 부족했는데 스킬 트레이닝을 통해 고급 기술을 배우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어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라며 스킬 트레이닝을 접한 뒤의 변화를 설명했다.

스킬 트레이닝을 경험한 이들은 엘리트 선수 출신 코치들의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지도 속에서 재미와 기량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기본기의 반복에서 벗어나 새로운 훈련법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 중 하나다. 농구실력에 관계없이 수준에 맞춰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에 부담도 적다.

여성회원 김보성(24·회사원)씨는 동호회 농구팀에서 활동하다 지난 8월 우연한 기회에 스킬 트레이닝을 접했다. 이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참여한다. 김씨는 “동호인들이 엘리트 선수들의 기술을 배울 기회가 흔치 않은데 스킬 트레이닝에서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면서 흥미가 배가 됐다”고 말했다. 혼자 하면서 자칫 재미가 떨어질 수 있는 휘트니스 클럽이나 남들의 시선이 부담되는 일반 외부 강습과 다른 분위기도 맘에 든다고 한다. “스킬 트레이닝을 배우는 사람들은 농구 기술에 관심있는 마니아들이 많아 여성 회원이라고 이상하게 보지 않아요.”

과거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의 체격조건과 신체 스피드가 월등히 좋아진 점도 스킬 트레이닝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꼽힌다. 농구선수와 달리 일반인들은 그동안 기본기만 중요시해왔지만 키가 부쩍 커지면서 고급 기술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체형 변화에다 남과의 차별화를 중시하는 요즘 세태의 성향이 맞물리면서 스킬 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킬 트레이닝 교실은 서울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더 코트를 포함한 5군데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엘리트 체육을 경험하고 프로에서 은퇴한 선수 출신들이 주로 코치 역할을 한다.

더 코트 이정준 코치는 “프로선수들도 비시즌에 스킬트레이닝을 하는데 최근에는 스킬 트레이닝에 참여하는 일반 동호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재미와 기량을 한번에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스킬 트레이닝이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통합에 있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